소설, 다시 읽을 수 있도록 나를 <구해줘>

기욤 뮈소의 구해줘 가 나에게 돌파구를 주었다.

by 진심발자욱

언제부턴가 나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는 선명히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시절 전철 안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을 몰입해서 읽던 중 가방을 도둑맞았다. 전철 선반 위에 올려두고 서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리면서 내 가방을 몰래 들고 내렸던 것이다. 책에 빠져서 누가 가방을 집어 간지도 모르고 있다가 옆에 아주머니께서 '학생, 누가 가방 들고 내렸어'라고 이야기해 준 다음에야 나는 내 가방이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만큼 그 소설은 나의 정신을 빼앗아갈 만큼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었다.

그 이후 내 가방을 훔쳐간 남자는 내 수첩에 적힌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찾아간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댔다. 그 때문에 귀갓길이 무서웠던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하는 해프닝을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한 일없이 시간이 지나 그 사건은 잊혀졌지만 그 사건이 내게 남긴 트라우마는 몰입도가 높은 소설을 나도 모르게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일상의 독서는 늘 교훈적이거나 실용적인 책들로 이루어졌다. 휴가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휴가지에 재미난 소설책을 들고 가기보다는 왠지 뭔가 실용적인 서적들만 들고 갔다 커버에 손도 대지 않은채 다시 들고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올해 아들과의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번 아들과의 여행에서 기나긴 밤 시간이 이리도 무료할 수 있구나 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여행이다 보니 저녁에는 늘 호텔방에 있을 것이 뻔하고 아들은 만화 채널만을 고수하리라. 그렇다면 나는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당연히 독서다. 그것도 재미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런 몰입도가 높은 책말이다. 실용적인 서적은 더 이상 아들과의 여행지에서 몰입도를 높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떠나기 하루 전 집 근처 책방에 들렀다.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하나 고심하던 중 기욤 뮈소의 소설 중 가장 인기가 많았다는 <구해줘>를 골랐다.

기욤 뮈소는 얼마 전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였다. 좀 황당한 줄거리이긴 하지만 잔잔한 영화를 통해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작가였다. 사실 <구해줘>도 비슷한 판타지가 줄거리 속에 녹아있다. 그냥 즐겁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그리 고민하지 않고 골랐던 책이다


방콕 호텔방에서 아들은 예상대로 만화채널에 몰입해 있었고 그 시간에 읽기로 했던 <구해줘>는 정말 나를 구해주었다. 처음에 기욤 뮈소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생각해 보기 전에는 필체를 통해 여성 작가이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실상은 프랑스 남자라는 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신기하기만 했다. 여성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참 좋았고 스토리의 전개도 나름 치밀하게 구성한 것이 이래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구나 싶어 졌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로 나의 상상력을 자아내었던 기욤 뮈소의 <구해줘>...

방콕에서의 조금은 심심할 수 있었던 저녁 시간에 밤늦도록 책장을 덮지 못하게 했던 <구해줘>의 구해줌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그리고 누군가 여행지에서 무료한 저녁 시간에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구해줘>를 권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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