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20 그가 그리울 때면 그의 책을 들여다본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몇 년 전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을까라는 근원적 고민이 참 많은 시절에 우연히 알게 된 작가였다. 그의 책을 처음 읽고 얼마나 전율을 느꼈는지 모른다. 나의 생각이나 고민과 유사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작가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고 행복했다. 요즘이야 브런치에서 매일 그런 작가들을 만나지만 그 시절에는 이런 브런치도 없었으니 활자를 통한 작가와의 만남이 아니면 공감 형성이 되는 작가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의 책을 매일매일 읽고 다시 곱씹고 하다 보니 어느새 그가 쓴 책들을 거의 다 사서 읽었던 것 같다. 지금 서가에 꽂혀 있는 그의 저서가 열다섯 권 정도인 걸 보면 아마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만나 본 적도 없지만 마치 평소 잘 아는 사람인 것 마냥 그를 생각하고 그와 함께 (그의 책과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이렇게 한 작가에게 꽂혀서 열심히 그의 생각에 골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매일 아침 새벽 네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 쓰기를 한다고 했다. 마흔이 넘어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책을 너무 쓰고 싶어서 책 쓰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흐트러지고 싶지 않아 아침에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일 년에 정해진 분량의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는 내게 자신의 내면의 능력을 믿고 변화를 이끌어내라고 열심히 독려해주었다.
그의 책을 대여섯 권을 읽어갈 즈음 문득 그가 갑자기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흔여섯에 작가 생활을 시작해서 59세로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작가로서 삶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의 인생 자체도 그리 길지 않았던 지라 무척이나 황망했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책을 쓰고 삶을 정말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너무나 열심히 산 그의 시간들이 그의 삶의 시간을 짧아지게 한 것은 아닐까 싶어 못내 아쉬웠다.
한 번쯤은 그의 강의나 사인회 같은 것을 가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 그럴 수 없었고 그가 인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내게 마치 짝사랑하던 누군가를 잃은 것만 같은 슬픔을 주었다.
책 읽기에 있어 작가의 존재 유무는 사실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 작가를 첨 만난 시기가 내 인생에 대한 생각과 고민 그리고 방황하던 시절이었기에 더 절실히 이 작가의 책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가 삶을 대하는 모습에 고무되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더더욱 이 작가의 죽음은 내게 주변인의 죽음 같은 아쉬움을 주었는지 모른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 작가의 모습에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했는데 황망히 가버리는 모습에 순간 넋이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몇 년간 그의 책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한 작가의 책을 너무 열심히 탐독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작가라면 더... 그리고 쇼펜하우어 문장론을 읽으면서 작가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 삶이 어떠하던지 그의 저서는 저서로만 평가되어야 하고 그 저서 속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을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그때서야 나는 내가 너무 그 작가와 그의 삶을 일치시켜 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의 진짜 삶이 저서의 내용과 다를 수도 있었을 텐데 아마 내가 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의 삶조차도 포장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그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이 지워질 수 있고 그래야 그의 책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한 사람의 작가에 빠져서 그의 책에 몰입하고 그의 인생처럼 삶을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던 그 순간이 있었기에 나도 내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유야 어떠하든 그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저서들을 남기고 갔다. 그가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을 서운해하지도 말고 나는 나대로 내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태우고 짧은 생을 마감했듯이 나도 나의 생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이젠 가끔 그가 그리울 때면 그의 책을 들추어 보기로 했다. 먼저 간 이가 남긴 이야기 속에서 나도 따라 해 보면 좋을 만한 것들 다시금 되새겨 본다.
오늘 아침 문득 작가 구본형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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