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감독 명예교사 체험기

매일아침저널 2-25 학무모는 이런 봉사도 한다

by 진심발자욱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피해갈 수 없는 '봉사'들이 있다.


녹색어머니회, 도서관 봉사, 점심 밥 퍼주는 봉사 또는 급식상태 점검 봉사, 학급물품을 옮겨주는 봉사 등등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봉사들이 학기초마다 엄마들에게 봉사라는 이름으로 주어진다.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이런 봉사에 대한 눈치를 좀 덜 봐도 되는구나 싶었는데 중학교에 오니 새로운 이름의 봉사가 엄마들을 기다렸다.


학무모 명예교사의 시험감독


학기초에 공개수업일에 얼떨결에 시험감독 봉사를 맡게 되었다. 나는 기말고사 두번째 날이 나의 봉사일이었다. 캘린더에 날짜만 기록해두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일주일전에 아들이 학교에서 공문을 가져왔다. 봉투에 '명예교사 학부모님'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함께...


드디어 나는 내가 해야하는 봉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정말 시험일날 아이들 교실에 들어가서 시험감독을 보조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맙소사...


시험감독 당일에는 소리나지 않는 신발과 핸드폰 사용금지 및 향수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등등의 내용이 주의사항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드디어 7월4일 목요일

시험감독을 위해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신발장에서 제일 소리가 나지 않는 신발을 신고,


기말고사 두번째 날이다.

엄마들이 대기하고 있는 교실에 총괄 선생님께서 오셔서 또다시 여러 주의사항을 주지시킨다. 어제는 어느 어머니가 오셔서 뒤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꼼짝말고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있으라고 한다. 쥐죽은 듯이.....


핸드폰은 당연히 꺼놓아야 한다. 불필요한 대화도 하지 않아야 한다. 부정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절대 드러내어 놓고 알리면 안된다 등등의 주의사항과 함께 배정된 교실로 향했다.


나는 중2 엄마이지만 보다 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중3 교실로 배정이 되었다. 혹시나 아는 아이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함인 듯싶다. 여튼 배정된 교실로 향해 걸어가는 복도가 무척이나 길다.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은 엄마들이 시험감독으로 오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이미 시험을 여러번 쳐본 아이들이어서 이 관행에 익숙해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나 뿐인듯...


교실 한 켠에 내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위에 소지품을 올려놓고 선생님께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누어 주시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1교시는 영어 시험이다. 3 장의 앞뒤가 꽉찬 시험지와 두장의 답안지를 나눠 받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다 내게로 쏠린 것만 같다. 왜 내가 이렇게 긴장이 되지?


긴장감 속에 시험지를 모두 받은 아이들이 답안지에 선생님이 확인 도장을 찍는 동안 나는 앞쪽으로 가서 아이들을 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면 다시 뒤쪽으로 와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경계를 멈추면 안된다. 혹여나 누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면 함께 동행을 해야 한다. 시험시간 내내 아이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느 새 교실은 사각 거리는 소리만 있을 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 했고 나도 조금은 익숙해진듯 했다. 그렇게 1교시가 끝나갔다. 2교시, 3교시를 계속 다른 교실로 옮겨가며 시험 감독을 하고 나니 어느 새 12시다.


세 시간을 꼼짝 않고 서서 주변을 살펴야 하다보니 무척이나 피곤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시험감독 덕분에 아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시험을 보는지 긴장감이 어떤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아들을 만나면 꼭 안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