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3. 2019년 8월 20일
8월 초는 런던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후라 시차와 업무 복귀에 정신이 없는 날들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4개월 만에 30만 다녀가>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이런 기사가 보였다.
'앗, 8월 4일 일요일이 전시 마지막 날이네.... '
데이비드 호크니 국내 전시가 3월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전시가 끝나갈 때까지 가보질 못했다. 그 날은 목요일이었고 정황상 전시회를 갈 수 있는 날이 토요일과 일요일뿐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개관시간에 맞추어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일기예보는 연일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이다. 호크니 전시가 있는 곳은 서울시립미술관이었다. 개관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서 보니 줄은 이미 미술관 바깥을 세 바퀴는 돌았음직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입장 줄이다. 예매한 표를 찾는 곳의 매표소 줄도 입장 줄에 버금갈 만큼의 길이였다. 아들과 함께 움직였다가는 오늘 아침 입장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입장하는 줄에 세우고 나는 매표소 앞에 줄을 섰다. 다행히 그늘에 서있었지만 아침 10시에도 불구하고 벌써 몸은 땀에 흠뻑 젖었다. 예매표를 찾는 줄인데도 나는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섰고 간신히 찾은 표를 들고 입장하는 줄에 서있는 아들과 합류했다. 그러고도 30여분을 기다려 입장을 하였으니 만약 혼자 와서 이것을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대략 두어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전시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름휴가를 런던으로 갔던 것도 호크니를 찾아서이기도 했다. 테이트 미술관에 있는 호크니 작품을 보고 싶었고 왠지 런던에서 만나는 호크니가 제대로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기간 호크니는 서울에 있었고 우리는 런던을 다녀와 부랴부랴 더위 속을 뚫고 호크니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호크니가 이렇게 유명한 작가였단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미술에 조애가 깊었나? 이 많은 사람들이 다들 어디서 이렇게 왔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토요일 아침에 서소문을 향해 가면서 그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살아 있는 현대미술의 전설’, ‘가장 영향력 있고 인기 있는 예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라는 말까지 모두 데이비드 호크니를 수식하는 말이다(참고로 2018년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이 생존 작가 작품 중 경매 최고가인 9031만 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6개월 뒤 제프 쿤스의 <토끼>가 9107만 달러에 경매돼 호크니의 기록을 경신했다).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요크셔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왕립 예술학교에 다니던 20대 때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 만큼 일찌감치 주목받는 아티스트였다. 금발에 뿔테 안경을 쓴 호크니는 미술계와 패션계의 스타였고, 1960년대 영국 팝아트 운동의 중심에 선 젊은 작가였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영국의 그 어떤 미술가도 호크니만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이가 없었다. 영화 <호크니>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작가님은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호크니가 답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그것을 단순화해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런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반응하겠죠. 누구나 볼 수 있잖아요. 보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달려 있겠죠.” 호크니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하며 평면의 회화를 2차원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킨 작가다.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585)
아들이 어느 날 미술학원을 다녀와서 말했다. 미술 선생님이 젤로 좋아하는 작가가 호크니라고 했다. 호크니? 그게 누구지?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작가가 호크니였다.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아들이 가장 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고 했다. 그 그림은 세 번째 전시실에 있는 가장 큰 두 폭의 그림 중 하나였다. 하나는 요크셔 숲을 그린 대작이었고 하나는 그랜드캐년이었다. 아들은 그중 그랜드 캐년이 정말 보고 싶었다고 한다. 얼마 전 학원에서 그걸 따라 그리는 작업을 했는데 그 그림이 정말 얼마나 큰지 궁금하다고 했다.
전시회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돼서 그 느낌을 오롯이 전달할 순 없지만 그림은 생각보다 컸고 아들은 그 그랜드 캐니언을 바라보며 한참 말이 없었다. 자신이 따라 그렸던 유명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이 중2 아들에게는 어떤 느낌일까?
그림을 알지 못하는 엄마로서 아들에게 최대한 뭐든 많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만으로 무더운 여름 토요일 아침 달려온 전시회. 두어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마주한 대가의 대작 앞에서 한참을 서있는 아들에게 오늘 이 시간은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할까?
아들의 성장기를 대하며 늘 나의 성장기를 반추해 본다. 그리고 늘 설렌다. 저 아들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내가 보여주는 것들과 하는 말들 그리고 행동들이 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니 늘 어깨가 무겁고 마음은 분주하다. 더 많은 것을 더 새로운 것을 내가 모르더라도 최대한 더 많이 보여주고 노출시켜주고 싶다. 그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서 정말 자신이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
아들, 늘 부족한 엄마지만 사랑해줘서 고맙고 멋지게 자라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