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말고 브런치인 이유

다른 사람 신경 안쓰고 일기 같은 거 쓰고 싶을때 생각난다, 브런치

by 진심발자욱

일기라는 것을 쓰지 않은지 오래다. 지금도 내게 일기는 아이들 학교 숙제 같은 느낌이다. 하루 이틀은 어찌 어찌 써보겠지만 일기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노트에 꾸준히 써내려가기는 왠지 쑥스럽고 누가 볼 것같고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냥 쓰고 싶을 때 쓰고 싶다. 노트 같은 아날로그 방식 보다는 남이 쉽게 찾지 못하는 특히 한집에 살고 있는 가족이 보지 못할만한 곳에 꽁꽁 숨겨 놓고 싶다. 결혼을 한 여자에게 일기는 대부분 가족으로 인해 생기는 속상함과 억울함 그리고 울분을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기적이지는 않다. 그냥 그런 글을 쓰고 싶을 때만 필요하다. 안 쓰고 싶을 때는 하념없이 덮어두었다가 쓰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그냥 꺼내서 쓰고 싶은.... 한동안 그냥 방치해두기 때문에 나중에 찾기가 쉬워야 하고 누가 몰래 꺼내 볼수 있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그 속의 내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감당이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늘 다양한 sns 활동을 한다. 그곳은 글을 쓰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그런 속내를 드러내기에 적절치 못하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가족이 볼 수도 있고 부하직원이 볼 수도 있고 아이 친구 엄마가 볼 수도 있고 등등 너무나 불편하다. 페이스북이 그러했고 네이버 블로그가 그러했으며 티스토리도 카카오스토리도 인스타그램도 그 어느 것도 나의 속내를 그냥 편안하게 드러낼 수가 없다. 왠지 그냥 괜찮아 보여야 했고 말 그대로 있어 보이고 싶다. 누가 보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늘 타인을 의식하게 된다.


속내를 드러내는 일기와 같은 글은 다 쓰고 나서 결국 비공개 글이 되기가 일쑤였다. 어디에라도 쏟아내야 할 것만 같을 때는 비공개글을 블로그에 써 놓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왠지 속상한 일이나 답답한 일을 글로 써서 풀어놓고 나면 그래도 좀 한켠이 편안해지니 아니 쓴 것보다는 좋았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나 보다. 이제는 그런 속내를 드러내고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어지게 된다. 물론 그런 내용을 담은 책들이 서점가에는 즐비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작가가 아닌가... 그런 작가 말고 그냥 나 같은 사람, 그런 사람들과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다.


뭐가 있을까?? ............그렇지, 브런치!

브런치가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곳 브런치에 발을 걸치고 뭐든 쏟아내는 이들의 대부분이 이런 브런치의 해우소 기능 때문에 이곳에서 위로 받고 위로를 주고 받는게 아닐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일상이 바쁘고 그냥 저냥 살아질만 해서 한참을 잊고 지내다 요즘 다시 브런치를 기웃거린다. 이제는 이곳 브런치에서 내 글을 얼마나 읽어주었는지를 매 순간 지켜보는 습관이 생겼다. 글을 읽어 준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그냥 그렇게 위로 받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하는 일은 업체를 대신해서 업체 블로그에 글을 써주고 구독율을 높이고 홍보를 해주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나는 글 속에 감정을 실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을 위주로 전달하는 글을 쓰다 보니 감성 보다는 이성과 팩트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기에 개인 블로그 또한 늘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쓸라치면 편안하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왠지 구독율이 의식이 되고 잘 검색되도록 어떻게든 적절한 키워드를 글 속에 심어야 할것만 같았다. 이미지도 좀더 멋져야 할 것 같고 레이아웃도 근사해 보여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니 글의 내용보다는 비쥬얼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가 일만 같아서 재미없어지고 자꾸만 포기하게 되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달랐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이들도 나와 비슷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브런치는 무조건 가입이 되는 구조가 아닌 조금은 폐쇄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나와 어떤 형태로든 엮여 있는 이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나를 오픈하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알기가 그리 쉽지 않다. 파워 블로그가 되고자 하는 헛된 욕심을 부릴 이유도 없다. 그냥 편하게 쓰면 된다. 그러다 보면 공감이 늘어난다. 다들 글 쓰기에 고프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이들의 공간이니...


오늘 문득 브런치의 이런 순기능이 앞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오래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조심스럽게 비춰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