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즐겨보던 TV문학관

대부분의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by 진심발자욱

좋은 소설이 갖추어야 하는 어떤 정형화된 형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 즐겨보던 tv 문학관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대부분의 첫 장면이 70은 넘은 듯한 주인공 노인의 회상으로 시작하더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대부분이 아니라 내 기억에 그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서 그리 기억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가만 생각해보면 유명한 영화들도 그런 회상 장면이 참 많다. 10세 전후에 즐겨 보았던지라 그 이야기들이 무척 유명한 소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그 이야기들은 참 많은 영향을 미쳤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한국 문학을 그곳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동안 나는 저 주인공들은 왜 저렇게 복잡한 인생을 살았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들이 저런 기억을 가지고 살 수 있나 싶었다. 다들 불행해 보였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품고 사는 듯해서 안타까워 보였다. 너무 맘이 아파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고되어 보였다. 늘 그들의 기억 속의 젊은 그들은 활기차고 젊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슬픈 사랑을 못 다이루거나 밝히기 어려운 비밀을 간직하며 남은 여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대까지는 그들의 그 회상이라는 것이 소설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런 특별한 기억과 스토리를 안고 산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된다고.. 그러니 소설이고 드라마고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고 보니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그런 회상과 추억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나 주변의 사람들이 순탄할 것만 같아 보이던 인생이 어떻게 꼬이고 반전을 겪고 달라지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어린 시절의 tv 문학관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조만간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왜 그러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만 내 속의 체증이 내려갈 것만 같다.

아마 내 소설의 처음도 그런 회상 장면으로 시작하리라.


내가 그런 소재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어느 지인이 그런 소재들은 이제 너무도 흔하고 많아 그리 관심거리가 되지 못할 거라고 했다. 인생은 대부분 그러하다고.... 정말 드라마 같고 영화 같은 일들이 주변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단지 모를 뿐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럴지도....

주변에서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도 막상 드러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쉽게 옮기지 못할 것이다. 그 이야기 후에 몰아닥칠지도 모르는 결과들 때문이리라. 가정이 깨어질수도 있고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남길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마 다들 그래서 그렇게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주변에 즐비해도 단지 그중 몇 가지만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나 보다. 드러낸다는 것이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쉽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 많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를 하든 남의 이야기를 하든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팩트가 필요하다. 그것은 어차피 내 주변의 이야기 이리라. 물론 나와 같은 초보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그러다 보니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낱낱이 쏟아낸다면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찾아와 따져 물을 수도 있을 것이며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런 질책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잘 꾸며내는 것이 멋진 글쟁이의 능력 이리라.


멋진 소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본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그러다 보면 내 나름의 글쓰기 방식이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나는 맛깔스러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한 줄 한 줄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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