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 책에서 과연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어려서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책이 있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
우리 집은 지방 터미널 앞 상가건물 꼭대기였다. 일층에는 서점과 빵집 그리고 중국집이 있었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셨기 때문에 나는 늘 하교 후 혼자였다. 내게는 남동생과 오빠가 있엇다. 하지만 우리는 낮 시간에 함께 놀 수가 없었다. 그 당시는 학교 시설이 부족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는 이부제 수업을 했다. 그래서 내가 등교를 하면 그들은 하교를 하거나 내가 하교를 할 때쯤 그들은 이미 등교를 한 이후였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이 걸음으로 족히 30분 이상 걸리는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주변에는 학교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늘 나는 혼자였다.
하교 후 빈집에 있기 싫어서 나는 늘 일층 서점을 기웃거렸다. 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서점은 터미널 앞에 있어서인지 책을 오래도록 읽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주인아주머니도 책을 보러 오는, 아니 시간을 죽이러 오는 나를 그리 타박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서점에 있는 온각 책들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터미널 앞 서점이다보니 그곳은 나같은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동화책이나 아동 서적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때는 아동서적이 그리 발달되지도 못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기껏 해야 '보물섬' 같은 연재 만화물이 다였던 듯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나는 만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이 마당 문고라는 문고판에서부터이다. 용돈으로도 사기도 하고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나는 마당 문고라는 문고판의 모든 책을 다 섭렵했던 듯하다. 데미안이나 압록강은 흐른다, 대지, 이방인, 어린 왕자, 수레바퀴 아래서 등등을 나는 마당 문고를 통해 읽었다. 마당 문고가 꼭 좋은 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서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책이었고 그나마 내가 읽을만한 수준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나는 온갖 잡다한 책들을 주워 담았다. 그렇게 시작된 활자에 대한 탐닉은 닥치는 대로 아무 책이나 읽는 습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읽어 들였다는 것이다. 아무런 여과나 생각 없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글이 마치 나의 독서이력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창피했다.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던 것이다. 혹자는 책을 많이 읽으면 글도 잘 쓴다는데 나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써 놓고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리고 필체는 왜 이리도 일정하지가 못한 것인지..... 내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여기저기에서 짜집기 해온 기운 옷가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글 쓴 이의 얼굴과 마음이다. 멋진 글을 쓰는 이는 분명 매력적인 외모와 마음을 가졌을 것만 같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정신세계가 이리도 어지러울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글이라는 것을 써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오픈하지 못했다. 마치 나 자신이 벌거벗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특별한 해법이 있으리라 믿으며....
하지만 그들이 내 놓는 해법이라는 것도 결국은 '쓰기' 였다.
자꾸... 계속... 많이...
그러지 않고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고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냥 덤벼야 하는 것이었다. 비록 마치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화끈거림과 당혹감이 느껴지더라도....
내 글을 읽는 이가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순간을 견뎌야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글쓰기에 도전하면서 이렇게 나는 나의 외모를 가꾼다. 그리고 나의 내면을 다듬어 간다.
자꾸 자꾸 써내려 가면서...
언젠가 내 글을 읽는 이들이 내 글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진정성과 울림을 알아봐 주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나는 그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