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아들의 풋사랑'

방콕 여행 중 아들은 그렇게 '설렘'을 알게 되었다.

by 진심발자욱

나는 외동아들을 키운다. 올해 3월이면 6학년이다.

아직 사춘기는 아니다. 주변 친구들 중 사춘기인 것 같은 아이들이 많다고 늘 투덜대기 일쑤다.

애들이 이상하다고...

그래서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혼잣말인 경우도 있고 내게 다짐을 하기도 한다.

매일매일 아들과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자리에 드는 아들이다 보니 갑자기 어느 날 사춘기 소년으로 돌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나 스스로의 위로 인지도 모른다. 주변에 사춘기로 인해 돌변한 자녀를 둔 엄마들의 우울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자꾸만 방어적이게 되는 게 사실이다.


" 아들 , 사춘기 같으면 엄마한테 이야기해" 그 말에 아들은 그저 피식 웃고 만다.


"알았어.ㅋ" 사춘기라는 주제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늘 이렇게 싱겁게 끝나곤 했다.


지난주 우리 둘은 방콕으로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와 단둘만의 여행...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아이나 엄마나 모두 설레기 마련이다. 아들은 설렘이 컸고 엄마는 설렘과 염려가 함께 했다. 그렇게 우리는 방콕에서 많이 보고 느끼고 있었다.




여행 닷새 째였던 것 같다. 아들이 갑자기 내게 물었다.


"엄마, 풋사랑이 뭐지?"

"풋사랑, 그거 풋사과 같은 건데... 음... 덜 익어서 맛없는 풋사과처럼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어린 시절 사랑 뭐 그런 거 같은데.... 왜???"


아들이 답한다.


"... 아니야... 아니야 ,.. 아무것도 아니야.."

"왜?????"


궁금증이 증폭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왠지 머릿속으로 번개처럼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창피해서 이야기 못하겠어..."

"뭐, 이쁜 여자라도 봤어? "


"...... 엄마 봤어???..."

"아니... 그건 아닌데 여자랑 하는 게 풋사랑이지 그러니깐 엄마가 넘겨짚어본 거지..."

"난 또, 본 줄 알았네... "

"말해봐.. 궁금하다.. 무슨 일인데???"

"아니야.... 말 안 할래..."


아들은 그렇게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십여분의 실랑이 끝에 아빠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기로 하고 자신의 '풋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그게 아까 수영장에서 어떤 여자애가 있었어... "

"그래... 근데?"

"에이 창피하여.. 말 못 하겠어... "

"해봐.. 왜 그 여자애가 이뻤니? 몸매가 이뻤어?"


순간 내가 질문을 해 놓고도 이게 초등 5학년 아들한테 할 적절한 질문인지 순간 멈칫했다. 실수 한 건가????


"음.... 엄마가 말한 거 중 후자가 맞는 거 같아."

"몸매???"

"응.... 해 질 무렵이어서 걔가 들어왔는데 엄청 눈부셨어.. 솔직히 얼굴은 제대로 못 봤어"


ㅋㅋㅋ 아들도 이제 남자구나. 그리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들은 훨씬 더 성숙해 있구나 싶었다. 아들과 그런 류의 대화를 나누면서 엄마의 멘탈이 갑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그게 풋사랑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풋사랑? ㅋㅋㅋ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답을 해주기는 했지만 그럼 아들이 지금 느낀 그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설렘?


아들이 4학년 때 학교에 있는 어떤 여학생한테 그런 '풋사랑'을 느끼고 이번이 두 번째란다. 아들은 계속 그것을 풋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그 단어의 적절한 쓰임새와 표현력을 알지도 못하면서 왠지 자신의 감정이 좀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듯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히 엄마에게 이야기해준 것이 고마워서 '우리 아들 대단한데, 풋사랑도 생기고'라고 칭찬해 주었다. 잘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아들은 저녁 내내 그 풋사랑에 대한 설렘으로 살짝 달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당에서 음식을 가지러 갔던 아들이 흥분해서 테이블로 돌아왔다.


"엄마, 어제 그 애 같은 애 봤어..."

"그래?"

"응, 근데 후보가 한 9명쯤 돼..."

"?????"

"음, 다 비슷해 보여.. 얼굴이 기억이 안 나서....... 근데 그중 백인애들이 있는데 그중 서너 명이 유력해.."

"......."

"엄마, 백인도 괜찮아?"

"뭐 안될 것도 없지.. 하지만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ㅋㅋㅋㅋ)."



"그러게..."


이렇게 아들의 방콕에서의 풋사랑은 '그만의 풋사랑'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아들은 수영장에서 잠깐 보았던 백인 여자아이와의 기억을 한동안 가지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사춘기라는 감정과 친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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