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기술_출발***

The art of Travel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1

by 진심발자욱

오래 간만의 여행을 마치고 열심히 여행에 대한 기억을 적어가다 화들짝 놀랐다. 다녀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일정도 제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어디서 뭘 먹었는지도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 그렇게 고민과 생각을 하고 만든 일정이건만 ...

왠지 그곳에서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하며 게으름을 탓하며 여행의 무의미함을 자책하며 속상해할 즈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여행의 기술


그래, 나만 모르는 기술이 있는 게 분명하다. 분명 다른 이들은 다 뭔가 기술이 있는 것일게다. 그러니 저리도 여행에 대한 에세이들을 잘 써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분명 노하우가 있음에 틀림없다. 이젠 나도 훔치기로 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여행의 기술을....




출발

기대에 대하여

장소 - 런던 해머스미스, 바베이도스

안내자 - j.k. 위스망스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장소 - 휴게소 공항 비행기 기차

안내자 - 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view of alkmaar _ jacob van ruisdael

27

카리브해에서 첫날 밤을 맞아 침대에 누워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여행을 돌이켜 보자니 [바깥 덤불에서는 귀뚜라미 소리와 누군가 발을 끌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현재의 혼란은 뒤로 물러나고 어떤 사건들이 두드러진 지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단순화와 선택을 능란하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긴영화에 비유한다면, 기억과 기대는 거기에서 핵심으로 꼽힐 만한 장면들을 선택한다. 내가 이 섬에 오기까지 9시간 30분이 걸렸는데, 기억은 불과 예닐곱 장의 정적인 이미지만 남겨놓았다. 그나마 그 가운데서 딱 하나만이 오늘보다 긴 목숨을 부여받는다. 기내식이 나오던 장면이다. 공항에서 경험한 것들 가운데는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선 이미지에만 접근이 가능했다. 결국 내 겹겹의 경험들은 압축되고 잘 정리된 이야기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호텔에 투숙한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일찍 잠이 들어, 다음날 카리브 해의 어둑 새벽에 눈을 떴다. 물른 이 활기찬 말 밑에는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지만.


내 기억 속의 잔상도 이러할진데 나만 이상한게 아니었던다. 알랭 드 보통도 여행에서 이런 고민을 하였고 이로 인해 남는 잔상의 흔적 때문에 고뇌에 잠겼던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그 수많은 기억들이 고스란히 내 뇌리속에 남을 것이라 장담했건만 돌아온 지금 내 머릿속에는 그 중 몇개만이 그 때 보다 긴 목숨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나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호텔에 투숙했던 사람인 것이다.



35

우리는 지속적인 만족을 기대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하여 느끼는, 또는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은 사실 짧다. 적어도 의식적인 정신에게는 우연한 현상으로 보일 것이다. 즉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수용하게 되는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모처럼 과거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들이 형성되고, 불안이 완화된다. 그러나 이 상태는 10분 이상 지속되는 일이 드물다. 아일랜드 서해안 너머에서 며칠마다 기상 전선들이 뒤엉켜 덩어리를 이루듯이. 의식의 지평선에서도 불가피하게 새로운 패턴의 불아니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미래의 복잡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과거의 승리는 이제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광경도 늘 우리 주위에 있는 풍경처럼 스쳐 지나가게 된다.

나는 집에 있을 때의 우울한 자아와 섬에 온 나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연속성을 발견하게 되엇다. 풍경과 기후의 근본적인 불연속- 이속에서는 공기 장체가 집의 공기와는 다른, 더 달콤한 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과는 완전히 모순이 되는 연속성이었다.


여행을 가서도 결국 현재의 고민의 끈을 놓치 못한다는 것이다. 잠시잠깐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당장의 고민에서도 말이다. 무얼 먹을지 뭘 봐야할지 이 식당의 음식값은 적절한 건지 택시를 타면 바가지를 쓰지나 않을런지 이런 일련의 소소한 고민과 늘 부딪힘으로써 여행지에서의 기대나 환희는 정말 짧디 짧다라는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52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 옮겨 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않는다." 보들레르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 대로 "어리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한다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


그래서 늘 여행을 꿈꾼다. 낯선 곳으로의...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다. 옮겨 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 받을 수 있을테니...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다. 알랭드 보통의 집단적 외로움에 대해 에드워드 호퍼의 유화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동 판매식 식당> <293호 열차 c칸> <호텔방> <주요소>


72

집단적 외로움과 마주치자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유화 몇 점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78

<자동판매식식당>

호퍼는 고립되어 있는 이 여자와 공감을 느껴보라고 우리에게 권유한다. 그녀는 위엄있고 관대해 보인다. 어쩌면 지나친 듯싶게 남을 잘 믿고, 약간 순진할지도 모르겠다. 호퍼는 우리를 그녀 편에, 내부인들에 대항하는 이방인 편에 세운다. 호퍼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정 자체와 대립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여러가지 규정할 수 벗는 방식으로 가정이 그들을 배반하여, 그들을 밤이나 도로로 내몬 것일 뿐이다. 24시간 식당, 역의 대합실, 모텔은 고귀한 이유로 일상 세계에서 가정을 찾지 못한 사람들 - 보드렐르라면 시인이란느 경칭으로 명예를 베풀었을 사람들-을 위한 성소이다.


예전에 한번쯤은 본 듯한 이 그림들에 대해 알랭드 보통의 설명과 함께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보니 새삼 집단적 외로움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어쩌면 나도 그녀일 수 있겠구나




87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건축학적인 불안전함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야한 색깔과 피로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안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 기대 때문에 우리는 어론가 가고 싶어하는 것일 게다. 기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