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travel알랭드보통의 여행 에세이 2
장소:암스테르담
안내자: 귀스타브 플로베르
우리는 어쩌면 이국적인 것을 찾고자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알랭드 보통이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안내판에서 이국적인 요소를 발견하듯이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이국적인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이국적인 것 때문에 그것을 찾고 느끼고 싶어 낯선 곳으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플로베르가 이집트에 대해 동양에 대해 갈망하고 향유했지만 그곳을 깊게 알면서 하게 되었던 실망, 하지만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서 그 실망 속에 간직한 이집트를 끝내 잊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왠지 짠함을 느낀다. 이국적이라는 것은 어쩌면 기대와 실망을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런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의 편린도 플로베르가 이집트에 대해 가졌던 감정과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나는 죽기전에 꼭 다시 가보리라....
외젠 들라크루아, <숙소에 있는 알제의 여자들> / <카이로의 비단시장> 데이비드 로버츠의 스케치에 루이스 헤이그의 석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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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내판이 나에게 진정한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곳에 도착했다는 첫번째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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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 소켓, 욕실의 수도꼭지, 잼을 담는 병, 공항의 안내판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양기해 줄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만든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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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나라에서 현관문 같은 사소한 것에 유혹을 느낄까? 왜 전차가 있고 사람들이 집에 커튼을 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떤 장소에 사랑을 느깔까? 그런 사소한 [또 말 없는]외국적 요소들이 강렬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터무니없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다른 삶에서도 비슷한 반응 양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또 상대가 구두를 고르는 취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이런 자잘한 일에 영향을 받는다고 우리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세밀한 것들도 그 속에 풍부한 의미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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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장소: 마드리드
안내자 : 알렉산더 폰 홈볼트
예정되지 않은 여행지의 며칠... 이 며칠이 주는 혼란에 대한 알랭드 보통의 느낌에 공감과 함께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너무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반드시 가야하는 관광지가 있는 너무나 유명한 곳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이라고나 할까. 낯선 식당에 선뜻 들어설 수 없는 머쓱함.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와 버리고 싶은 절망감...
낯선 곳에서 혼자이기에 부딪히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현실과 감정들이다. 우리도 누구나 느끼는 그런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작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남아메리카를 처음 탐험했던 홈볼트야 어딜 가든 자기 마음대로 였고 그 어떤 가이드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곧 가이드가 되고 안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딜 가든 그럴 수가 없다. 어딜 가든 안내책자가 버젓이 우리에게 무엇을 꼭 해야 하며 무엇을 먹어야 한다고 주지 시킨다. 부지불식간에...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드리드가 탑험여행일 수 없었고 그러기에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당혹감을 금할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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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 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지리적인 문제 때문에 위험은 더 심각해진다. 도시에는 공간적으로 보자면 불과 몇 미터 간격으로 건물이나 기념물들이 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준비 과정에서 보자면 몇 리그(1리그는 5킬로미터 정도)가 떨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두 번 다시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여러가지를 계속해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여러가지는 지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외에 서로 연관성이 없다. 그 연관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사람 안에는 모여 있기 힘든 넓은 범위의 자질들이 요구된다. 우리는 어느 거리에서는 고딕 건축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이어 그 다음 거리에서는 에트루리아 고고학에 매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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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피상적인 지리적 논리에 따라 우리의 호김심을 왜곡한다. 이것은 대학 강좌에서 주제가 아닌 크기에 따라 책을 권하는 것만큼이나 피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