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남긴 상념들
알파고의 파장은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초등학생 아들이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미래 전망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산업혁명의 전초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야 이미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 대부분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들에게는 참 암담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이기에 부모로서 적절한 가이드를 주기가 벅차기도 하고 소신도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오늘 뉴스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미래기술의 영향을 연구하는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의 분석모형을 활용해 국내 주요 직업 400여 개 중 AI·로봇으로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을 분석·발표했다는 기사가 있다.
근데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어렸을 적 버스 차장이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로봇으로 대체 확률이 높다는 직업들을 보다 보니 버스 차장이 떠오른다. 왜 그런 걸까? 아마 단순 반복적인 업무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가능한 직업?
요즘이야 버스에 카드 단말이기가 있고 현금을 내어도 자동으로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기계가 다 구비되어있지만 그 이전에는 버스 차장이라는 사람이 늘 뒷문에 타고 있었다. 그분들은 앞으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알려주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일을 주로 했다.
나의 고등학교는 버스 종점에 부근에 있었다. 그래서 등교시마다 그 버스 차장 언니들이 모여 있는 종점 건물을 늘 지나쳐 갔다. 그들은 늘 즐거웠고 수다스럽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건물에서 그들의 종적은 사라졌고 이제는 그런 유쾌한 웃음이나 활력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버스 차장이라는 직업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조만간 우리 기억 속에 사라질 직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그리고 하려고 하는 일들도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로봇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노력이나 행동들은 빅데이터에 의해 집적될 것이며 그것 들 중 유용한 것들은 그들의 지능 속으로 차곡차곡 쌓여 갈 것이다. 그러한 정보와 지식들의 축적으로 향후 그들은 우리 인간들을 대신하게 되리라.
지금 나는 작고 미약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작고 미약한 인간들의 지식과 노하우들이 쌓여서 종국에는 우리를 대신하게 될 그들을 만들어지리라.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대신하게 되리라. 언젠가 사라지게 될지라도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결구 AI를 만들어 내는 것도 우리 인간일 테니 말이다.
나의 아들도 그들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역할을 수행해 내는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