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오후 5시가 넘었다.
광고성 전화이겠거려니 생각하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핸드폰을 주웠는데요 이거 어디로 갖다 주면 되나요?"
앳된 초등학교 남학생 목소리다. 퍼뜩 아들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셔틀버스에서 핸드폰을 주웠는데 어디로 가져다주면 되겠냐는 전화였다.
"아휴... 고마워... 학원 5층 데스크에 좀 맡겨다 줄 수 있겠니? 너무 고마워...."
"네. 알겠습니다. "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주운 핸드폰을 찾아주겠다는 의지를 가진 남자아이의 결연함이 느껴졌다. 핸드폰에 엄마라고 저장되어 있는 내 번호를 찾아 본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에 아들 전화번호가 내 핸드폰에 찍혔다면 무척이나 당황했을 것이다. 분명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시간이니 말이다.
그렇게 배려 깊은 아이의 전화를 통해 아들이 핸드폰을 분실했고 이 아이가 찾아다 주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참 고맙다.
무척 고마운 마음에 학생에게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들이 전화를 했다. 여러 번 핸드폰을 분실했던지라 아들은 가급적이면 자신의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 차 있었던지라 아들에게 너 핸드폰 학원 형아가 찾아주었다고 즐겁게 이야기해주었다.
핸드폰을 어떤 형이 찾아줬다는 말에 아들은 그게 누굴까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혼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너보다 한 학년 높은 형이래... 이름은 못 물어봤는데 같은 셔틀버스를 타나 봐... "
"그렇구나..."
전화상으로 짧게 정황을 설명하고 늦은 귀가를 서두를 때 8시 정도쯤
아까 그 아이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핸드폰 받으셨어요? "
"응 , 받았어.. 고마워... "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핸드폰이 주인의 손으로 잘 전달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확인 전화를 준 것이다.
세상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핸드폰을 친절히 찾아 준 것만으로도 오후가 행복했는데 확인 전화까지 해주는 이 학생의 배려에 저절로 마음이 부자가 된 듯했다. 퇴근을 서두르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아들은 이미 학교에서 두개의 핸드폰을 분실했고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일이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든 이 멋지고 친절한 학생을 칭찬해주고 싶어 졌다.
다음날 학원 담임 선생님에게 이 정황을 문자로 알려드렸고 학생을 꼭 찾아서 그 학생 담임 선생님이 칭찬을 듬뿍해주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예전 같으면 남의 물건을 돌려주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사례를 원하거나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아닌가 싶어 질 만큼.... 세상이 팍팍하다.
분실폰을 친절히 찾아준 초등학생에게는 칭찬 선물을 잔뜩 주고 싶어 진다. 본인의 행동이 멋졌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