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공문은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서류를 뜻한다.
한자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사람들에겐 직관적으로 이해가 더 잘 되게 'official document'.
공공기관 3년 차,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공문을 읽고, 참조(라 쓰고 카피 앤 페이스트)하고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
전(前) 직장에서는 별도의 공문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아무래도 사기업이었고, 또 기사를 쓰는 곳이었으니까.
익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고하는 500~1,000자짜리 기사 하나가 일종의 공문이었던 셈이다.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라면 어떠한 사실에 대한 내용을 담은 스트레이트 공문인거고, 사설과 같은 의견이 담긴 기사라면 일종의 제안 등을 담은 공문이라고 할까나.
무튼 여기서 기사와 공문을 비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공문이 갖는 힘 혹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다.
업무를 하면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식이 크게 4-5가지로 분류된다.
내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소통 창구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봤는데, 우연히도(!) 해당 수단들이 갖는 일종의 힘과 효력이 자연스럽게 역순서대로 나열된다.
메신저
1. 메신저는 보통 간단한 질문 혹은 간단한 확인(~대리님, 이거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죠?, ~과장님 이전에 이렇게 회신드렸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회신드리면 될까요?) 및 5할 이상을 차지하는 동료들과의 수다(간단한 점심 메뉴부터 상사 이야기, 나중엔 대화를 하다 멀쩡히 잘 지내고 계신 우리 회사 사장님 임기까지 걱정하는 오지랖이 넘쳐흐르는) 매체이다. 그냥 회사 생활에서 없으면 안 되는 산소 같은 가볍지만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아침에 메신저 업데이트로 메신저가 늦게 켜지는 날이면 답답해서 죽는다.
전화
2. 전화는 보통 메일을 쓰다가 '상대방은 왜 이것도 이해를 못하지?'라는 답답함의 표현을 혀끝까지 내뱉기 전에 혹은 상대방을 글로 이해시키거나 설명하기 어려울 때, 달리 말하면 본인 필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 활용하는 수단이다. 후자는 개인적으로 전화기를 들면서도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다. '글로써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다니... '라는 감정이랄까.
메일
3. 메일은 (상대방이 부담스러워서 혹은 그냥 내 기분이 별로여서) 전화를 하기 싫을 때, 하지만 메신저처럼 가볍게 의논할 내용이 아닐 때 사용하면 최적이다. 특히, 글로써 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는 상대방이 도망갈 여지를 막을 수 있고 추후 몇 달 뒤에도 해당 메일을 보여주며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혹시 아직 유효한가요?' 등등의 증빙자료를 남겨두기에 쏠쏠하다. 그리고 요즘 같은 새해 인사, 안부 인사 등등의 글을 쓰기에도 메신저는 너무 가벼워 보이고 또 전화는 사알짝 부담스럽기에 (어르신들은 좋아하시겠지만 ㅎㅎ;) 메일처럼 본인의 정성을 보이기에 최적의 도구는 따로 없다.
회의
4. 회의. 할말하않. 지금까지 2년 넘게 지내면서 여러 회의를 했던 기억은 있지만, 내 뇌리를 강력하게 관통할만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회의는 정말 정말 아쉽게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신입사원으로 부서에 배치된 후 처음으로 참석했던 팀 회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근데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기억에 남지 않고,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했는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걸까 ㅎㅎ 그리고 P 실장님이 새로 오신 후 가졌던 팀 회의. 회의라기 보단 일종의 언어학개론 같았다. (뭐 돌아보니 다 도움되는 이야기는 맞지만 ㅎㅎ) 회의란 꼭 필요한 것일까? 나중에 이 주제로 글을 써봐도 좋을 것 같다. (보통 회의라 쓰고 새로운 업무 지시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긴 하다 ㅎㅎ)
공문
5. Official Document. 공문. 公文. 공공기관에 다니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메일로 주세요' 혹은 '메신저로 주세요'라고 말할 때의 느낌과 '공문으로 보내주세요', '꼭 공문으로 보내드려야 하나요?'라고 말할 때의 그 무게감의 차이를. 공문은 말 그대로 공식적인 문서로, 내가 아닌 팀의 공식 의견이 반영된 문서인 것이다. 단순히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보내는 것도 대리-차장-팀장 등의 결재라인을 통해 발송된 것이니 차장과 팀장의 견해가 반영, 즉 그 팀이 '우리 공식적으로 해당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이 공문은 문서번호가 박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기록으로 남게 된다. 후배들이 볼 수도 있고 다른 팀원이 볼 수도 있다. 외부로 나가는 공문은 협업 기관이나 상부 기관에서도 읽을 수 있고. 그리고 이렇게 공문에 담긴 내용은 예산 정산이나 기타 감사 사항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이러니 아무래도 실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메일 하나를 쓸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결국 메신저부터 공문까지 여러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회사 생활 (사회생활) 또한 메신저와 같은 가벼움부터 공문 같은 무거움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때론 가볍게, 그리고 때론 진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