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보유국 인정 전제…미국과 직접 대화 가능성 시사”
•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집착을 버려야 대화할 수 있다”며 조건부 대미 대화 의지를 밝혔다.
• 핵 포기 불가를 재천명하면서도 ‘트럼프와의 관계’를 거론해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은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향후 협상 구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20~2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버리지 않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무력을 ‘국가 안전 보장의 절대적 수단’으로 규정하며,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남측을 “상대가 아니다”라며 협상 판에서 배제했는데, 이는 한반도 문제를 남북 간이 아닌 북·미 간 대결 구도로 고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최고인민회의라는 공식 무대에서 이를 선언함으로써 국내·국제사회에 동시에 메시지를 투사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미국이 현실을 인정하면 마주 앉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대화 제안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상기하며 “좋은 기억이 있다”고 발언, 특정 지도자와의 개인적 관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나아가 이러한 언급은 향후 미국 대선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장기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뉴욕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유일한 목표임을 명확히 했다. 한국 정부는 ‘동결 → 감축 → 폐기’의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지만,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도 속에서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대등 협상’과 서방의 ‘비핵화 전제 협상’이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장애물로 평가된다.
김정은은 연설 직후 군 지휘부에 “핵 방패와 검을 부단히 벼리고 갱신해야 한다”며 핵전력 고도화를 지시했다. 이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실제로는 핵물질 생산과 무기 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다. 북한은 최근 신형 잠수함 공개,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위성 발사 준비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왔다.
한편 북한은 대미 협상 압박과 병행해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 심화를 강조했으며,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 확대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행보는 국제 제재 환경을 우회하고 중·러를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중·러 간 군사·외교적 연대가 공고해질수록 미국의 제재 효과는 약화될 수 있으며, 향후 협상 국면에서 북한은 더 강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