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평화적 두 국가론 공식화” 시사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정부 입장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야당은 헌법의 영토 조항·통일지향 원칙과 충돌한다며 반발했다.
• 정부는 ‘평화공존 제도화’와 남북 기본협정 추진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북측 호응·대외 파장·국내 법리 정리가 관건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노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는 남북을 사실상의 ‘두 체제·두 정부’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영구 분단이 아닌 “평화공존의 제도화”로 설명했다.
정 장관은 과거 동·서독 기본조약*을 사례로 들며, 상호 적대 관계를 완화하고 제도적 신뢰를 쌓는 방식의 접근을 제시했다. 이는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형태로 관리하되, 통일을 지향하는 과도기 모델을 정책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즉 이번 발언은 단순한 외교 레토릭이 아니라, 현실 인식 기반의 새로운 남북관계 틀을 정부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서독 기본 조약(Grundlagenvertrag)
• 1972년 12월 21일 동독과 서독이 체결한 조약. 양국이 서로 국가로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2국가 2민족론’과 ‘하나의 민족, 통일 지향’이라는 이념적 차이를 존중하며 관계를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 분단된 독일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양자 관계의 기반을 마련하며, 유럽의 평화와 현 국경선을 존중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목적도 있었음
야당은 헌법 제3조(영토)·제4조(평화통일 지향)를 근거로 “두 국가론은 통일 포기이자 국가 분리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장관은 “헌법은 분단 현실과 통일 지향의 ‘두 눈’을 함께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정부가 내놓을 공식 법리 정리다. 상호 승인의 범위, 국제법적 지위 변화 유무, 남북관계법과의 정합성 등 쟁점이 다층적이다. 청와대 안보 라인의 기조와의 일치 여부도 주목된다.
정 장관은 남북 간 ‘새 규범’을 예고하며 기본협정 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로는 대화 재개 → 긴장완화 조치(군사·인도 분야) → 상호 존중·불가침·교류 원칙의 포괄 합의 → 제도화(연락사무소·분쟁조정 메커니즘) 순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은 여전히 뚜렷하다.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호응 불확실성이며, 여기에 미·중 등 주변국과의 메시지 조율, 국내 정치권 내 합의 부족, 헌법·남북관계법과의 충돌 가능성이 겹쳐 있다. 특히 ‘국가로서의 상호 승인’과 ‘특수관계의 관리’ 사이의 경계 설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외교적 오해와 국내 정치 갈등이 동시에 확대될 위험이 있다.
• 국가로서의 상호 승인: 남북이 서로를 독립된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행위. 국제법적으로 ‘두 개의 한국’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
• 특수관계의 관리: 하나의 민족이 분단된 상태에서 협력과 교류를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관계. 즉, 외교관계를 맺는 별개 국가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체제 내부의 제도화’를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