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읽기
AI 기본법 ‘표시 의무’ 발효… 산업계 “기준 모호” 혼선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 첫날, 책임 소재·해외 기업 역차별 논란 여전
‘세계 첫’ 기본법의 출발, 진흥과 규제의 동거
이번 법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안전 규범을 하나의 틀( 포괄적 법령)에 묶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로 소개되며 기대를 모았다. 동시에, 법이 포괄하는 의무가 광범위해 스타트업부터 플랫폼까지 준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가장 큰 질문이 됐다. 정부는 제도 연착륙을 위해 시행령·가이드라인으로 이행 방식을 구체화하고, 기업 부담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정이 선언적이고, 실제 서비스에 끼워 넣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된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나
핵심은 생성형 AI 또는 이를 활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 하는 AI사업자가 결과물이 생성형 AI에 의해 생성됐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일반 이용자가 개인적으로 만든 콘텐츠까지 즉시 규제하는 구조라기보 다, 유통·제공 주체의 투명성 책임을 먼저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사회적 부작용 우려가 큰 딥페이크에는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법문에는 생성 사실 표시 의무가 직접 규정돼 있고, 정책 해설에서도 고지·표시 방식은 시행령과 가이드 라인을 통해 유연하게 하겠다는 방향이 반복된다.
구조·현실 미반영, 결국 책임만 커진다
산업계가 가장 민감해하는 지점은 표시 의무 그 자체보 다, 서비스 구조상 “어디에·어떤 강도로” 표시를 붙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의 불확실성이다. 예컨대 게임·챗봇· 검색결과 요약처럼 AI가 화면 곳곳에 스며든 서비스는 결과물 단위로 워터마크를 일괄 적용하기 어렵고, 멀티 모달* 생성물이 섞이면 표시 방식도 달라진다. 또한 B2B 공급망에서는 모델 제공자, 서비스 사업자, 유통 플랫폼 사이에 책임이 분산되는데, 법 준수 책임이 최종 서비스 사업자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멀티모달(Multimodal)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하는 기술
고영향 AI는 ‘좁게’, 집행은 ‘유예’로 충격 완화
정부는 고영향 AI의 경우 의료·채용·대출심사 등 위험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보되, 실제로는 사람의 개입 정도 등까지 고려해 “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톤을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채용에서 AI가 추천을 하더라도 최종 판단을 사람이 하면 고영향 AI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실조사권 발동과 과태료 부과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하겠다는 입장도 확인 되며, 제도의 칼날을 즉시 세우기보다 학습 기간을 두겠 다는 정책 신호가 강해졌다. 다만 유예가 길수록 “무엇을 어디까지 맞춰야 하느냐”는 질문은 더 커질 수 있어, 연착륙 전략이 곧바로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는 지적도 병존한다.
신뢰 인프라의 첫걸음 vs 혁신 비용의 전가
이번 법 제도의 찬성 측은 표시 의무가 AI 생성물의 출처를 드러내 허위정보·사칭·조작을 줄이고, 시장 신뢰를 높여 장기적으로 산업에도 이득이 된다고 본다. 반대 측은 법이 포괄적 의무를 먼저 세우고 세부 운영을 가이드 라인에 맡기면서, 실제 비용은 기업이 떠안고 분쟁 위험은 커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스타트업은 컴플라이 언스 인력과 법무 역량이 제한돼 규제 대응 비용이 경쟁력 격차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예 1년” 이후가 진짜… 표준·판례·국제정합성이 관건
초기 1년은 사실상 ‘준비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기간에 쌓일 것은 분쟁 시나리오와 해석 관행, 업계 표준 이다. 유예가 끝난 뒤에는 표시 누락의 고의·과실 판단, 플랫폼의 관리 책임, B2B 공급망에서의 구상권 등 민사적 쟁점이 본격화할 수 있다. 해외 규제와의 정합성 문제도 커진다. 국내만의 표시 체계가 글로벌 서비스 운영과 충돌하면,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별도 운영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결론적으로 AI 기본법의 성패는 “표시 의무의 도입”이 아니라, 현실적 기준을 얼마나 빨리 표준화하고 국제 흐름과 접속시키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