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9월 2일(현지시간) 구글의 검색·브라우저 독점 소송* 1심 판결에서, 법무부가 요구한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강제 분할을 기각했다. 판결문은 구글이 불법적 독점 행위를 지속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산 매각은 과도한 조치라며 행동적 제재를 택했다. 법원은 구글에 대해 △제조사와의 독점 계약 금지 △검색 인덱스 및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 일부를 경쟁사에 제공할 의무를 명령했다.
2020년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 2020년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2023년 재판이 시작되어 2024년 8월 위법성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9월 판결은 위법성에 따른 시정 조치 결정이다. 즉 위법성 판단이 나오자 법무부는 구글의 핵심사업본부(크롬, 안드로이드) 분할 매각이라는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그 대신 경쟁사들에게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하는 완화된 조치를 명령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 소송 이후 최대 규모의 반독점 재판으로 평가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에 브라우저를 끼워 넣어 독점 논란을 일으켰고, 법원은 회사를 분할하라는 명령까지 내렸지만 항소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구글 판결은 그 선례와 비교되며, “검색·브라우저 시장의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으로 불린다.
두 소송의 비교
• 마이크로소프트 소송: 운영체제 독점, 브라우저 끼워팔기. 즉 운영체제의 시장 독점력을 이용해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
• 구글 소송: 검색시장 독점, 기본 검색엔진 계약. 즉 검색 시장의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브라우저’를 유통채널로 활용
법원은 생성형 AI의 부상을 중요한 변수로 지목했다. ChatGPT, Perplexity, Claude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기존 키워드 검색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식으로 검색·추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구글의 지배력이 과거처럼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단순한 독점 규제에 그치지 않고, AI가 전통적 검색 시장을 흔드는 흐름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판결 직후 알파벳(구글 모기업) 주가는 6~9%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크롬·안드로이드 매각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안도했고, JP모건·웨드부시 등 주요 투자은행은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를 원했던 미 법무부와 일부 업체들은 “효과 미미한 경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구글은 데이터 공유 의무가 지식재산권 침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구글의 검색 시스템은 오랜 시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구축한 핵심 자산인데, 이를 강제로 공개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역시 경쟁 회복을 위해 구제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항소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법무부가 요구한 분할 매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는 1심 판결문이 확정된 후 30일 이내 가능하며, 고등법원·대법원까지 이어져 수년간 법정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반독점 소송은 복잡한 법리와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최종적으로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될 즈음에는 AI와 검색 시장 구도가 이미 크게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즉, 실효성 있는 제재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번 판결은 미국 내 사건이지만, EU·영국·인도 등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거나 준비하는 해외 규제 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은 빅테크의 독점적 관행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구글이 유럽에서 더 강력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분할 매각 대신 행동적 제재를 택한 점은, 다른 국가 규제 당국의 전략에도 참조점이 될 수 있다.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둔 강력한 법안이다. ‘게이트키퍼(거대 플랫폼 기업)’로 지정된 구글 같은 기업에 대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의 서비스와 연동을 강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구글은 제조사에 기본 검색 엔진 지정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처음 켤 때 여러 검색 엔진 중 선택할 수 있는 ‘Choice Screen(선택화면)’이 도입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경험을 바꾸고,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한편 이번 소송은 바이든 행정부 법무부의 빅테크 규제 정책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리나 칸 등 소위 ‘반독점 강경파’를 주요 직책(FTC 위원장)에 임명하며 구글을 비롯한 거대 기술 기업의 독점 행위를 견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일반적으로 기업 활동의 자유를 중시하며, 과도한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대신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소송을 종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나 칸: 미국의 법학자이자 법률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하였다. 2021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FTC(연방거래위원회, 우리로 따지면 공정위와 유사)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이번 판결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AI 경쟁을 공식 인정한 첫 판례라는 점과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점 제재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 그밖에 글로벌 규제 파급과 소비자 선택권 변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시에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