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낯설다 _ 낯선엄마

샤워시간

by A씨 와 B씨
그 엄마


밤 10시가 되자 남편이 퇴근했다.

한 시간 동안 찡얼거리는 아이를 재우고,

젖병을 씻고 말려 소독기에 막 넣으려던 참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는 남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오늘 아이가 뭘 먹었고 무슨 놀이를 했는지 등등..

거기엔 내가 이렇게 고된 하루를 보냈음을 알아달라는 신호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남자 씻는다며 속옷을 챙겨 들고 욕실로 가버린다.


소파에 앉아 잠깐 쉰다. 그런데.. 에효~ 아이가 깼다.

아이를 들쳐 안고 남편이 나와 좀 안 줬으면 싶다.

이 남자가 언제 나올까 싶은 생각에 모든 신경은 욕실 소리에 곤두서 있다.

음.. 이제 머리 감았으니까.. 이제 바디워시 씻어내나 보네.. 곧 나오겠군!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이 남자 안 나온다.

벅벅 뭘 긁는 소리도 나고..

참지 못하고 욕실 문에 입을 갖다 대고 뭐하냐고 물어보니 발샴푸 중이란다.


아! 정말, 대충 좀 씻고 나오지,

난 애 키우면서 샤워시간 10분 이상이 넘지 않는데..

그러고 보니 린스를 해본 게 언제지?

트리트먼트는 상상도 못 한다.

지금 있는 게 임신했을 때 산거였지 아마?

근데, 뭐? 넌 발샴푸를 한다고?


억울함이 모락모락 오를 때쯤 아이는 잠이 들었다.

살며시 눕히고 나왔더니 타이밍 기막히게 나온 이 남자 등에 로션 좀 발라달랜다.

아씨, 바디로션은 고사라고 핸드로션도 안 바른 지 꽤 됐는데..

나도 모르게 로션을 발라주는 손이 툴툴거린다.





그 아빠


아! 아파~ 왜 등짝은 때리고 난리야?

어라? 왜 째려봐? 웃긴다.


발샴푸 하고 바디로션 바르니까 좋냐고?

무좀이 살살 오르려 하기에 발샴푸 했지~

좋아~ 발 시원하고 되게 좋아! 근데 왜?

뭐야~ 갑자기 어디가? 안 씻고 잘 거야?


저 여자 방문을 쿵 닫고 들어가 버린다.

도대체 왜? 아닌 밤중의 홍두깨도 유분수지..

내가 샤워하는 동안 뭐 화나는 일 있었나?

욕실 청소 안 하고 나와 그런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기분 안 좋은가 보다.

에잇. 맥주나 한잔 마시고 자야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감자조림이 정가 운데 떡하니 들어앉아 있다.

산건 아닌 거 같고..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사람이 인터넷 레시피 보며 했나 보다.

갑자기 웃음이 난다. 감자 모양이 정말 개판이다.

뭐, 그래도 맛은 있네..


애 보느라 시간도 없었을 텐데..

에잇. 미친년 널뛰듯 감정이 오락가락 한들 어떠리..

감자조림도 해놓는 마누란데..


자기야~ 우리 야식 먹고 잘까? 자기가 좋아하는 떡볶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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