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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Aug 14. 2020

돈 없어도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세 가지 비결

짜지 않은 짠테크

공무원과 공교육 교사라는 철밥통을 스스로 내던지고 인생의 자유와 배움을 위해 농사지으러 시골로 내려가 이십 대를 보냈습니다. 나 자신의 행복과 자유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귀했기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커리어에 대해 생각해보면, 공무원만 쭉 했을 경우의 나와 이런저런 경험과 다양한 필드의 사람들을 경험한 나를 비교했을 때, 이번 생애는 후자의 삶이 저에게 어울린다고 확신해봅니다.


화려한 조명 속의(!) 내면과 다르게 겉으로는 '자발적 가난'의 삶을 살아왔는데요. (지금은 '적게 벌고 많이 누린다'를 넘어, '많이 벌어 더 많이 누리고 의미 있게 쓴다'로, 자유와 돈, 그 둘을 모두 살리는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내면의 조명은 스멀스멀 밖으로도 삐져나와 비추는 모양인지, 현실적으로 정말 돈이 없는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은 제가 없는지 모르고 풍족해 보인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저 그냥 하는 말이겠지 이렇게만 치부해왔는데, 냉철하게 돌이켜보니 누릴 건 다 누리며 살아온 것 같아요.


-1~2년마다 해외여행

-차는 두 대 있음(그중 한 대는 외제차)

-두 아이 키우며 가급적 유기농 먹이고, 질 높은 발도르프 어린이집 보냄.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삶, 온갖 모임과 연대와 배움의 기회를 가짐.

-넓은 잔디마당 딸린 주택에서 오랫동안 살아옴. 주말에는 바비큐 굽는 삶, 전원생활을 누림.


돈 없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나름 누리며 사는 것, 이 또한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오늘은 저만의 비결을 한번 풀어 보겠습니다.




1. 정보력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정보 요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하는데,  리서치 능력은 돈이 없어도 질적인 삶을 영위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했어요.


과거 어느 대안학교의 대표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최종적으로 '네이버 검색어 만드는 능력' 정도만 키우면 된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학업에 너무 목숨 걸지 말자는 말씀이셨지요.


정보력은 정말 '단어와 문장 잘 구성해서 검색하는 능력'이 다인 것 같아요.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야 하고, 어떤 검색어를 타이핑해야 하는지만 알면....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와 정보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무언가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일단 집중해서 찾습니다. 관련어, 연관어 등등 찾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보들이 낚입니다. 종이를 펼쳐놓고 정리하며 기록하거나, 시간이 없을 땐 제 카톡으로 보내 놓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지 확인 후 취사선택해서, 조건이 되는 건 '즉각 실행'하고 나서 기억에서 지워버립니다. (주의 : 미루면 안 됨) 바로 못 하는 건 다이어리에 언제까지 하겠다 기록해둡니다.


지역의 공기관 사이트나 정부 관공서 홈페이지도 가끔 들어가 보고, 알고 싶은 분야는 민간단체든 블로그든 사이트와 내용들을 찾아내고, 기사나 블로그에서 본 전화번호로 바로 전화도 겁니다. 궁금하니깐요. 궁금하면 바로 물어봐야지요. 지금 직장으로 오는 공문 중에 행사나 공모, 연수 등의 내용은 조건 검색해서 한 번씩 쫙 살펴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들 찾아내서 마구 알려줍니다. 밥 사 주는 예쁜 언니는 못 되어도, 정보 잘 나누는 좀 괜찮은 누나 쯤은 되는 거지요.ㅎㅎ


이 글을 쓰며 마시고 있는 커피도 정보력으로 받은 쿠폰이었습니다!



2. 네트워크


지나온 세월 막 살아온 건 아니었는지, 늘 곁에 저를 지지해 주고 함께 걸어가 주는 친구나 지인들이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엄청난 '핵인싸' 이런 건 아니고요. 저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라, 주로 지금 사는 동네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살아갑니다. 막 배꼽친구, 초등학생 동창, 중고등학교 동창, 그것까지 하나하나 챙기진 못하고요. 그때 잘 지냈으면 그걸로 됐다 싶고, 마음 통하고 잘 맞으면 누구나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인맥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한 번 사귀면 마음을 활짝 열고 즐겁고 유쾌하게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런 네트워크 속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들 옷과 장난감과 책은 거의 물려받았어요. 새것 사지 않아 환경도 살리고, 또 스토리와 정이 묻어나는 물건들로 아이들을 키워 참 좋았습니다. 옷장 속엔 우리 아이들 2년 후까지 입을 깨끗하고 단정한 옷이 상자에 잘 정리되어 있고, 신발도 앞으로 1~2년 정도 신을 것들이 모여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택배 보내주는 16년 전 발령 동기 교사 친구도 있고, 불쑥 전화 와서 아이들 옷 보내주겠다는 지인들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동네 한살림 모임에서 만난 친구며, 다양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의 상생구조가 참 컸습니다.


오늘 제가 입은 옷은 몇 년 전 마을 친구와 아나바다 하며 받은 초록색 원피스였는데, 다들 예쁘다 반응이 좋았고요. 다음 주 이사 갈 집이 지역 지인의 집이라 아이들 읽을 책 중에서 괜찮은 것 두고 가겠다고 말해주네요. 정말 고맙지요.


무엇보다 엄마의 네트워킹 속에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다채로운 필드에 사는 이모와 삼촌들을 소개하는 일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상 장난감은 바로바로  못 사줘도 말이지요. 이런 연대의 힘이 참 큽니다.


오늘 직장동료가 선물로 건네준 들꽃 한 다발. 이런 게 마음이 오가는 네트워크 같습니다. 저는.



3. 독서와 명상


'짠테크'라는 용어가 있더라고요. 시드머니 즉,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절약하는 재테크를 그렇게 이름 붙인 거지요.


저는 워낙 자유로운 젊은 시절을 보냈고, 결혼 후 두 아이 낳아 기르는 동안 돈을 모으진 못했지만 남편의 소담한 월급으로 빚은 안 지고 생활해왔었어요. 제가 살아온 게 진정 '짠테크'였구나 이번에 엄마의 돈 공부를 시작하며 알게 되었답니다.


근데요, 물질적으로 짜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비굴해지거나 불행하진 않았어요. 마음은 풍요롭고 편안한 편이었어요. 리서치 능력이 있어도 다 타 먹으려고 집착하진 않았고, 네트워킹 하는 지인들과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지향했던 인문학적인 삶을 통해, 어떻게든 책 몇 자 더 읽으려고 하고, 영성 공부 꾸준히 하려고 하고, 요가와 명상의 방법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했던 그 행위들이 모여, 감사와 충만함이 채워졌습니다.






'나는 이미 충분하다'라는 주문을 자주 읊조리거든요. 신기하게도 좀 힘들다가도 이 문장을 하면 마음의 폭이 조금 더 넓혀지는 기분이 들어요.


이미 정신적으로는 충분한 존재이기에(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미 충분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차원에서 말이지요), 이제는 생태적인 마인드 안에서 물질적으로도 충만해지는 '그린 노마드'의 삶을 실현해보고자 하는 것 같아요.  


생태적인 삶 + 디지털 노마드 = 그린 노마드


성실하고 즐겁게 '그린 노마드'로 살아가겠습니다. 저만의 깔을 이 곳 자연 속에서 펼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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