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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Jul 20. 2020

따뜻한 빵을 만들어 당신과 함께 먹고 싶어요

에코 힐링 센터를 꿈꾸며




에코 힐링 센터

내 삶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른 단어다. 


이 땅에 태어나 반백년 정도 살아보고 내 나이 50살 즈음되었을 때, '에코 힐링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200평 정도의 땅에 허브와 꽃, 몇 가지 채소를 심어 가꾸고, 적당한 규모의 예쁜 집을 지어 2층은 우리 가족이 살고, 1층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요가를 하며 책을 함께 읽고 싶다. 꽃밭과 텃밭에서 기분 좋은 땀을 흘릴 정도의 노동을 하며 흙을 만지고, 건강한 땅에서 나온 신선한 먹거리로 요리를 만들어 나누고 싶다. 나도 좋고 당신도 좋은, 행복의 빵을 함께 먹고 싶다.

지금까지 삶이라는 반죽에 교육이라는 가루, 농사와 생태라는 양념, 배움이라는 재료를 섞어 나만의 덩어리를 찰지게 만들어왔다. 반죽이 굳지 않도록 매만지고, 새로운 재료도 더하다가, 긍정적 기운의 물도 살살 뿌려가며 소중하게 버무리는 중이다. 거기에 나눔의 이스트를 한 움큼 뿌려 반죽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누고 싶다. 누군가 그 빵을 맛보고 행복해하고 위로받는다면 내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 번질 테지.

결국 내 삶의 목적은 '자연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나누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가치는 우선 '성장'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교육의 길에 들어섰고 즐겁게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 누군가는 힘들지 않냐고 묻기도 하고 특수교사인 나를 천사라고 포장하기도 했지만, 그저 편안하게 아이를 만나는 삶이 좋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라는 은사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데 애썼다. 인연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 풍덩 뛰어들어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특수교육을 하며 당시 제법 큰 규모의 특수교사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었고, 생태교육과 자연에서의 삶이 좋아 시골로 내려가 4년을 논밭에서 뒹굴며 농사를 배우기도 했다.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에서 비롯된 발도르프 교육에 끌려 몇 년을 공부하다가 발도르프 학교 담임교사로 3년 가까이 일하기도 했다. 5년 가까이 두 아이를 낳고 키워본 경험이 나를 감정적으로 성장시켰음을 독박 육아의 시린 계절을 겪고 나서야 깨닫기도 했다. 나는 왜 한 우물만 깊게 파지 못할까라는 자괴감에 빠졌던 때도 있었지만, 내 삶의 덩어리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색깔이라는 것을 차츰 받아들였고, 성장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지난날들을 비로소 따뜻하게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알게 된 '코칭'은 또 다른 세계였다. 사람 내면에 있는 온전함을 믿고 파트너로서 그들을 만나는 것. 공부하고 실습하고 시험 봐서 인증코치가 되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써보는 작업 또한 나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발견이다. 반짝반짝 금가루 같은 시간이다.
배우고 그 배움을 토대로 나누는 삶... 그래서 나에게 성장은 참 중요하다.

또 하나 요구되는 가치는 '의지력'이다. 잠깐 섞다가 말면 반죽은 굳어버린다. 이쯤 하면 됐지 하며 쉬어버리면 부풀다 꺼진다. '나 까짓 게 뭐'라며 내팽개쳐버리면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어 버려야 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내 수준에서 열심히 만든 이 반죽을 계속 매만지고 새로운 재료를 첨가해 주며 사랑으로 관찰해야, 온전한 빵 덩어리가 된다.

성실과 끈기. 이것저것 자유롭게 시도하되, 마음에 닿는 것들은 꾸준히 잡고 나아가는 것. 구름처럼 가볍게 뜰 수 있는 스스로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묶어주는 소중한 가치이다.

반죽을 다채롭게 만드느라 놓친 것이 한 가지 있다.  빵을 구울 '경제적 안정'이라는 오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모두가 번듯한 오븐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나는 그나마 자그마하게 마련했던 '초등학교 정교사'라는 오븐을 버리고 반죽 만들기에 몰입했다. 친구들이 오븐을 어느 정도 마련해놓고 이제서야 내가 진짜 굽고 싶었던 빵은 무엇이었나 돌아보는 고민을 시작할 즈음, 나는 어느 정도 풍성해진 반죽을 옆에 두고, 삶에 있어 오븐 또한 꼭 필요한 요소였다는 걸 느꼈다. 직접 진흙 발라 화덕을 만들고 가시 찔려가며 땔감 구해 매캐한 연기 마셔가며 눈물 흘려본 후에야 알게 된 깨달음이었다. 화덕에 구운 빵은 흉내 낼 수 없는 나름의 풍미가 있지만, 안정적으로 빵을 굽고, 나누기까지 하려면 오븐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작년부터 오븐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아이 둘을 건강하게 키워놓은 후라 편안한 마음으로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고, 1년 동안 내가 번 돈의 100%를 저축했다. 생활비는 남편이 번 돈으로 충당했다. 경제적 안정은 심리적 안정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삶의 만족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앞으로 5년 정도면 아담하고 성능 좋은 오븐 하나는 장만할 것이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오븐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더 들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필요한 적정규모의 경제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내가 가진 콘텐츠는 보잘것없고 이 나이까지 번듯한 땅뙈기 하나 가지지 못한 삶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한 번씩 있다. 햇볕 쨍쨍하게 잘 살다가도 비바람 불고 우중충한 그런 날이 문득 찾아온다. 그럴 때면 이 세상에서 이런 색깔과 맛을 가진 빵은 오직 나만이 구울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자연의 초록과 따뜻한 노랑과 긍정의 분홍까지 섞인 팍신팍신한 빵.

건강한 재료와 풍요로운 색채로 잘 만들어진 반죽에, 나눔의 천연효모를 듬뿍 넣어 풍성하게 부풀려, 성능 좋은 안정적인 오븐에 따뜻하게 구워, 마음결 통하는 이들과 나눠먹고 싶다.


햇살 가득한 정원, 나만의 '에코힐링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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