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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01. 2016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다.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갈택이어(竭澤而漁)란 고사이다. 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종업원의 임금을 줄이면 기업 이익은 높아지겠지만, 자신들의 물건을 사줄 고객이 너무 가난해지면서 기업 역시 어려워진다. 동네빵집들이 모두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동네 가게들 중심으로 형성됐던 복잡한 생태계는 몇 개의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바다에 고래 몇 마리만 놀고 있는 꼴이다. 단순해서 아름답다면 할 말은 없다.


우리는 모두 너무 열심히 한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연못의 물을 푸고, 짐승을 잡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른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젠 더 이상 물을 풀 연못도, 불을 지를 산도 남아 있지 않다. 나무가 모두 사라져 버린 이스터 섬처럼 황량해서 더 아름답다.


뭐 그곳만 그런가. 우리 주변에 콘크리트 닭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너무 많은데 참~ 열심히들 짓는다. 멈출 기미도 없다. 물이 말라버린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자고 흙을 파내는 꼴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훗날의 자원을 모두 끌어다 쓴다면 결국은 파국밖에 없다는 것을 갈택이어의 고사는 말한다.  우리는 이런 옛이야기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욕심 많은 바보는 되지 말자고 가르치지만, 현실에서는 매일같이 산에 불을 지르고 연못에 물을 퍼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요즘은 그게 능력으로 불리기도 하고, 경영기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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