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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9. 2016

라오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즈음 비엔티안 시내 중심가에 한국인 관광객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방학이면 해외봉사 명목으로 대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건기가 오면 단체 관광객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 혼자나 아니면 둘이서 단출히 라오스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암튼 어떤 이유에서건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를 찾는다. 아마도 <꽃보다 청춘>이라는 방송이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를 찾을지 모르겠다. 페루는 너무 멀어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사실 라오스는 그냥 마음먹고 출발하면 된다. 그만큼 가깝다. 5시간 정도면 온다.


라오스 여행에 대한 소회이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기도 하다.


1. 라오스, 왜 오려고 하는가?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오는 옆 자리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앉았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라오스는 처음이냐고? 당연히 처음이었고, 표준화된 코스인 방비엥, 루앙프라방, 그리고 비엔티안 코스를 일주일 정도 여행하는 초보 여행객이었다. 그중 한 학생(?)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왜 라오스를 오는지 무척 궁금했다. 내가 비엔티안 시내에서 마주치는 관광객들을 볼 때마다 드는 질문이기도 했다.

탓루앙사원, 사진과는 다르게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사원의 크기는 그 지방의 부와 비례하는 듯 하다


사람들은 라오스에서 뭘 기대할까? 공허함? 다녀갔다는 사람들이 라오스가 좋다고 해서, 사실 소매치기나 사고만 안 당하면 어느 나라든 여행은 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니 다녀왔다는 여행자들의 평가는 크게 믿을게 못된다. 사람들이 순수해서 좋다고 하기도 한다. 조용하고 편안해서..... 이건 라오스 만의 특징일까? 좋은 풍경과 문화, 역사적 깊이와 유적, 여기는 이런 것을 기대하는 관광객이 올 곳은 아니다. 쾌활함, 상상력, 기발함, 역동성, 이런 것도 라오스와는 거리가 멀다. 음식도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관광객이 갈만한 라오스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좋은 먹거리를 맛보기 좋아하는 관광객 역시 실망을 하고 갈 것이다. 서양식 레스토랑만 이용하다 갈 가능성도 많다.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 라오스는 아직까지 비싼 여행지이다.


뉴욕타임스에서 죽기 전에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라고 했다는 광고를 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게 언제 적 이야기였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을 제집 드나들 듯 뻔질나게 가고, 일본, 태국, 중국 등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라오스 정도는 거론해줘야 여행 전문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라오스를 오는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믿을게 못된다. "시간이 멈춘 곳", 이곳에서도 시간은 흘러간다. 느리지만. 사람들이 때가 덜 묻은 것 같다고? 그걸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라오스는 적당한 곳이다. 물론 내가 다녀 본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골은 그랬다.


그 비행기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이제 이 나라를 떠났을 것이다. 처음 올 때처럼 기대하는 것을 얻었을까? 편안함, 낯섦, 순수함. 라오스에 다녀 갔으니 이제 어떤 나라로 여행을 가도 신날 준비는 되어 있을 것이다.


2. 뚝뚝이는 쳐다보지도 마라.


뚝뚝이는 결코 값싼 교통수단이 아니다. 가장 비싸고 대책 없는 교통수단이다. 속도도 없고 낭만도 없다. 그저 소음과 바가지, 땀냄새와 매연만 있을 뿐이다. 이 나라에서는 택시가 길거리에 다니지 않는다. 몇 대 없어서 전화로 불러야 온다. 물론 라오 플라자 호텔 근처에 가면 노란색 택시가 몇 대 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택시는 그냥 자가용처럼 생겼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그렇지만 수도에서는 도요타의 육중한 PRADO를 더 쉽게 마주칠 것이다. 라오스가 가난하다고? 우리 관점에서 그렇지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뚝뚝이를 타면 바가지가 뭔지, 뻔뻔스러움이 뭔지를 확실히 경험하게 된다. 택시를 타고 1-2천 원이면 가는 거리를 대개는 만원 정도 부르면서 시작한다. 깎는다고? 아마 운이 좋으면 5천 원 정도까지는 깎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뚝뚝 기사들은 어리숙한 관광객들만 노리는 사냥꾼들이다. 길도 잘 몰라서 아무 곳에서 떨구어 주고 가기 십상이다. 얼마 전 혼자서 온 여자 여행객은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7-8불이면 올 거리를  20달러 가까이 주고 왔다고 한다. 물론 원하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찾아가지도 못하고 대충 한국식당 앞에 놓고 가버렸다. 그 여성 여행객은 더운 날 여행 가방을 끌면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한국인 청년이 다행히 게스트하우스까지 안내해줘서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이다. 뚝뚝이 기사에게 바가지를 당하는 것은 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라오스의 순수함을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에게 뚝뚝이는 그것마저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루앙프라방의 꽝시폭포, 실제로 보면 장관이다.



3. 공항에서 시내로 올 때는 택시를 타라.


여행을 많이 다녀 본 나도 항상 새로운 나라로 갈 때는 긴장된다. 그래서 다른 준비는 하지 않아도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방법은 꼼꼼하게 챙긴다. 여기서부터 낭패를 보면 모든 게 다 틀어지기 때문이다. 관광 가이드 북에서 어떻게 소개했든 상관없다. 비엔티안 공항에서는 무조건 택시를 타라.


도착 출구를 나와 제일 오른편으로 가면 출입문 바로 옆쪽에 택시 카운터가 있다. 사람 한둘이 항상 서있고, 누군가를 소개하여 주는 게 보일 것이다. 택시 기사이다. 그곳에 가서 시내의 행선지를 말하면 6만6천낍(8달러 정도)을 받고 영수증을 끊어 준다. 그러면 옆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가 자기 택시가 서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냥 타고 가면 된다.

뚝뚝이를 타서 요금을 절약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종일 먹잇감을 노리는 뚝뚝에게 협상이란 씨알도 안 먹히는 일이다. 뚝뚝 기사는 여행자의 약점을 파고든다. 최소한 어리숙하고 더운 날씨에 지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아님 아예 바가지를 각오하고 타는 것도 좋다. 최소한 속은 안 쓰리니.... 그렇지만 너무 심하게만 당하지는 말아주었으면. 다음 여행자가 힘들어진다.


4. 스마트폰에 지도 어플은 깔고 와라.


낯선 곳에서는 항상 길을 찾느라고 헤매는 것은 즐거운 추억이 아니다. 더군다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러니 지도 어플은 하나씩 깔고 다니자. 가장 좋기로는 구글 지도이다. 그렇지만 데이터가 필요하니 문제가 있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일정 부분을 다운해서 올 수는 있다. 세밀한 지도가 필요하면 구글 지도가 갑이다. 그렇지만 라오스 지도는 여전히 듬성듬성하다. 구글마저도.


그다음으로 갈릴레오나 Maps with Me(Maps.me)를 깔고 라오스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서 오는 게 좋다. 갈릴레오와 Maps.me는 그냥 라오스를 확대하면 자동으로 다운된다. 이게 있으면 컴퓨터 화면에서 구글 지도로 갈 곳을 확인하고 다운로드한 지도에 표시를 해두면 된다. 그럼 자신만의 내비게이션이 완성된다. 절대 길 헤맬 걱정은 없다. 물론 라오스 지도가 너무 부실해서 좀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대부분은 길을 찾는데 도움된다.


5. 숙소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곳을 잡아라.


비엔티안에서 숙소는 남 푸(Namphou)에서 메콩강변을 따라 있는 지역에 있는 곳을 잡아야 한다. 여기는 대중교통이 아주 열악한 곳이다. 조금이라도 먼 곳에 잡으면 아마도 많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타원지역이 관광객이 머무르기 적당한 곳이다. 강을 따라 지도 왼편 끝까지는 숙소를 잡아도 된다.


그리고 수도인 비엔티안은 오래 머물만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러므로 하루 이틀 머문 후 바로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으로 떠나는 일정을 잡는 게 좋다.


6. 라오스는 기대를 가지고 오는 곳이 아니다.


여기는 뭔가에 대한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오는 관광지는 아니다. 놀라운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유적이 있지도 않다. 음식문화가 발전하지도 않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길거리 음식은 배탈 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투박하다. 없는 것도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여행지를 먼저 다녀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마도 여행이 지겨워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이 라오스에 온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 여행지로 라오스를 선택한다는 게 좋은 선택일까. 여전히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방비엥의 블루라군, 탐푸앙캄 동굴 앞에 있는 개울이다. 풍경은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크기를 보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라오스를 방문하는 유럽 사람들은 대개는 장기간 머무른다. 아니면 태국이나 베트남을 들렀다가 잠시 들르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의 여행 방식은 우리와는 좀 다르게 주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낯선 나라에서. 그럴 경우 라오스는 저렴하고 잘 쉴 수 있는 여행지일 수 있다. 주변에 서양식 레스토랑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 생김새도 크게 다르지 않고 사는 방식도 많이 다르지 않다. 좀 덜 이국적이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는 아랍권, 남미, 아프리카, 유럽이 좀 더 이국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7. 여행은 시간과 돈의 함수이다.


여행 비용은 시간에 반비례하고, 이동 속도는 돈에 비례한다. 버스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는 것은 참 고역이다. 여기는 우리나라에 비해 같은 거리를 2-3배의 시간을 들여서 가야 한다. 낭만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가능하면 비행기를 타고 루앙프라방을 가는 게 좋다. 헌데 라오항공은 항공료가 비싸다. 그러다 보니 대개는 방비엥(4시간)을 들렀다가 루앙프라방(3시간 이상)으로 버스를 이용해서 간다. 사실 두 곳을 빼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관광객들이 갈만한 곳은 아직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면 많은 여행사들이 있다. 그러니 오기 전에 어디를 갈지 너무 준비하고 올 필요는 없다.


방비엥의 보트계류장,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방베엥은 석회암 지대로 경관이 훌륭하다. 물론 베트남의 탐콕이나 하롱베이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왜 라오스를 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곳을 왔는지 물어본다. 아마도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지. 아마도 아직은 라오스가 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듯하다.


여행은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가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좋은 자연경관과 고유한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미지의 나라, 저개발국가도 좋을 것 같다. 라오스를 수많은 관광대국 대신에 선택해서 오는 이유,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란 어느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몇 개월 정도 이곳에 더 머무르는 동안 이곳을 잘 소개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다. 정말 발견하고 싶다.


이 글은 2014년 9월 1일에 쓴 글이다. 티스토리의 글을 이쪽으로 옮기면서 시기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PPSS에 소개되었고, 다음의 대문에 걸리기도 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봤다. 이 글을 쓸 때는 라오스에 온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이다. 그때 이후로 라오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글은 라오스 여행이 별 볼일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TV나 여행기에서 비치는 것만 보고 라오스를 오는 사람들에게 한번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물론 그 당시 좀 힘든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도 있다. 너무 큰 반향이 있었기에 이 글에 대한 후기도 섰다. 그 글도 꼭 함께 봐줬으면 한다. 어쨌든 라오스는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기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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