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May 05. 2016

레이첼 카슨과 DDT

"이 세상의 문제는 바보들과 광신도들은 항상 확신에 차있고, 현명한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 버트란드 러셀


한 때 구글의 첫 화면이 레이첼 카슨 여사를 기념하는 두들로 채워진 적이 있었다. 탄생 107주년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카슨 여사가 1962년에 발표한 <침묵의 봄>은 화학물질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생태계를 조명했다. 이 책으로 인해 세계는 비로소 화학물질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이는 미국에서 환경보호청(EPA)이 출범(1970년)하고 DDT 사용이 금지(1972년)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014년 5월 27일의 구글의 두들


그렇지만 DDT를 개발했던 폴 뮐러 박사는 카슨 여사에 의해 절대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악마를 불러낸 악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런 세상의 평가와는 달리 뮐러 박사는 노벨상의 상금 대부분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육자였다.


DDT는 사실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화학물질로 평가받는다. 말라리아로 매년 수백만 명씩 사망하던 그 흐름을 멈춘 것이다. 전 세계에서 뿌려진 DDT는 독성도, 내성도 거의 없이 모기와 그 유충을 제대로 박멸했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병사들에게 퍼지는 전염병을 막는데도 기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흰 가루로 덮일 지경이었다. 이 공로로 폴 뮐러 박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DDT가 금지된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환경독성 학계에서는 DDT가 그렇게 쉽게 폐기해야 할 화학물질이었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값싼 모기 방제 수단을 잃어버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특히나 가이아 가설로 유명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이 DDT 금지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소금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데, 그렇다고 소금을 금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러브록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대규모 기업농에 의해 무분별하게 뿌려진  DDT가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만약 제한적으로 말라리아모기 제어에만 사용되었다면 <침묵의 봄>에서 지적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사용한 인간의 탐욕 문제를 DDT라는 화학물질의 문제로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러브록은 DDT가 안전한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모든 화학물질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DDT는 잘 분해되지 않고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어 먹이사슬을 타고 사람에게까지 축적된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매년 수백만 명씩 죽어가는 것보다는 DDT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냐는 주장이었다. 너무 성급하게 DDT를 금지하면서 DDT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되지 않았다. 이를 대체할 화학물질은 너무 비샀고 모기장은 충분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말라리아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 날(2014년 5월 27일) 구글의 두들과 함께 '농약급식'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또 다른 뉴스를 장식했다. 선거 캠페인 중에 나온 주장이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안전해야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 합리적인 리스크 테이킹 보다는 리스크에 대해 너무 과민하거나 너무 무신경하다. 양극단 사이를 오간다.


이런 위험에 대한 인식의 불균형은 현실세계에서 때로는 위험을 과소평가해 화를 자초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과대평가해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여 오히려 리스크를 가중시킨다. 위험한 순간일수록 더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쇳가루를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