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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2. 2016

필론의 돼지 눈으로 본 유전자변이 작물

비교적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GMO 논쟁에 대한 정리

대표적인 상업용 농작물인 옥수수는 10개의 염색체와 23억 개의 DNA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는 32,000개 이상이다. 옥수수가 가지는 특징은 모두 옥수수가 가지는 유전자의 구성과 선택적 발현에 좌우된다.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체는 암수의 유전자가 무작위적으로 교환되면서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 낸다.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자식은 부모와 많은 부분은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훨씬 더 번거롭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왜 대부분의 생물이 유성생식을 택하고 있을까? 아니 유성생식을 택하고 있는 생물체만 살아남았을까?


결국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기생충과 포식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생물체든 계속 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유성생식은 암수가 결합하면서 무작위적으로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낸다.


항공방제


우리는 제초제를 만들면서 잡초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진 적이 있었다. 살충제를 만들어 냈을 때 해충과의 싸움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항생제를 찾아냈을 때 병균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렇지만 그 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생물들은 새로운 화학물질에 대항해서 빠르게 진화했다. 세대가 짧아서 생식 횟수가 많은 미생물들이 가장 빠르게 저항성 유전자를 만들어 냈다. 식물 역시 그들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찾았다. 우리는 이를 슈퍼 박테리아, 슈퍼 잡초라고 부르지만 단지 특정 화학물질을 무력화하는 유전자를 하나 더 가지고 있을 뿐, 프랑켄슈타인이나 스파이더맨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교배에 의해서도 생겨난다.


슈퍼라고 불리는 변종들은 단지 제초제나 항생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유리해서 다수가 된 것뿐이다. 뭐~ 대단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잡초나 미생물 입장에서는 자연선택의 또 다른 양태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것을 인위적 환경변이라고 부른다.


육종의 역사


작물 재배는 1만 년 전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농민들은 야생종으로부터 종자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우수한 종자를 선별하던 것에서 시작해서 상호 교배를 통해 육종 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때 유전자는 무작위로 뒤섞이게 된다. 그중에서 우리 인간의 기준에 적합한 종을 골라냈고, 이게 수천 년간 계속되면서 우리가 오늘날 흔하게 보는 작물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쌀은 6천 년 전 쌀이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오늘날 보고 있는 가축 역시 예전에 인간에 의해 길들여 지기 전의 가축과는 전혀 다른 크기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육종에 사용되는 교배는 무작위적으로 대량의 유전자가 교환된다. 그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징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좋은 품종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특정한 형질 - 수량, 가뭄저항성, 해충저항성, 제초제 저항성 등- 만을 새롭게 획득하는 종자를 육종 하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일이다.


현대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한 형질을 가진 유전자를 강제로 다른 식물의 종자에 주입함으로써 기존 종자의 특징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형질만 더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GMO 기술은 육종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그와 함께 엄청난 우려를 불러오기도 했다.

현재 몬산토에서 생산 중인 상업용 GMO 작물 (1)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팽팽이 맞선다. 하나는 pro-GMO 시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 하나를 단지 주입했을 뿐인데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라는 주장을 한다. anti-GMO 측에서는 자연적이지 않은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조작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 우려한다. 이런 상상력은 <쥬라기 공원>과 같은 소설과 영화를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터미네이터>를 만들어 낸 것처럼.


기술의 불평등 문제


GM작물의 또 다른 문제는 종자의 대부분이 다국적 종자기업에 의해 생산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재래식 종자는 각 농부가 자가 채종을 하거나 자국의 종자기업이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특별한 생물공학 기술을 가진 일부 기업들만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개도국에서는 종자산업의 선진국 종속이 심화되어 미래 식량생산 환경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났다.


이러한 우려는 몬산토 한 회사가 GM 작물시장의 90%로 독점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개도국 농민들은 종자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높아진 종자 가격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농작물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유전공학 기술의 이전을 시작했다(2). 물론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GM 작물에 대한 공격


GM 작물은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싹이 나지 않는다, 라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를 일명 터미네이터 종자라고 부른다. 몬산토는 공식적으로 이와 같은 씨앗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터미네이터 종자가 만들어 진적은 없다. 그러면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났을까? 이런 인식은 특히 옥수수나 채소 재배 농가에서 널리 확산되어 있다. 하이브리드 종자의 경우 채종한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발아율과 수확량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이런 종자의 경우 매년 새롭게 구입을 해야만 한다. 이건 GMO 종자 여부와 관계없이 잡종강세를 나타내는 종자는 모두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


GMO에 대한 논란은 몬산토라는 기업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많은 블로그와 기사에서 "몬산토-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책을 인용하고 있다(3,4). 몬산토는 "몬산토에 관한 12가지 오해"라는 문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5). 언젠가는 이 치열한 싸움도 끝이 나겠지만 아직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론전에서는 anti-GMO 단체가 앞서가고 있지만, GMO 종자를 채택하는 농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GMO 안전성 문제


지금까지 GMO 농산물이나 식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인 보고는 거의 없다. 일부 GMO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지만 과학계의 재검증에서는 잘못된 결과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철회되었다. 그렇지만 그 철회된 연구결과는 끊임없이 재인용 되면서 논란을 키우는데 연료로 사용된다. anti-GMO 그룹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결과는 '2012년에는 GMO 콩을 먹인 쥐에게서 불임과 암 등이 관찰되었다는 파리 캉 대학 세랄리니 박사의 연구 발표'이다(6). 이 연구가 논란이 되자 연구결과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연구는 철회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인용은 계속되고 있다.


유전자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불안감


GM 작물은 안전성 논란이 가장 크게 다루어진다. 고려대 임승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미국과 유럽의 시각을 정리했다(7).


새로운 기술에 관한 접근방식의 차이를 표현한 것으로 이름 자체도 미국은 생명공학(bio-engineering)이란 조금 더 긍정적 의미의 단어를 쓰고 있고, 위해성에 대한 평가 역시 ‘실질적 동등성’의 원칙에 따르는 반면, 유럽은 GM 기술의 잠재적 한계나 불확실성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예방원칙’을 적용한다.


이 표현을 다르게 말하면 미국은 위해하다는 명시적인 증거가 없으면 안전한 것으로 본다. 반면에 유렵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축적되기 전까진 예방원칙에 더 무게를 둔다. FAO, WHO, OECD 등 국제기구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GM 식품이 전통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실질적 동등성’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유럽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고, 정부는 미국의 입장에 좀 더 가까운 듯 하지만 모호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기술 수용성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안전성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GMO 식품의 위해성을 검증하기 위한 대규모 장기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약간 어설펐던 프랑스 연구자의 연구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신의 영역에 다가가는 과학기술을 수용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과 마블(Marvel)의 영웅들엔 열광하지만, 그들을 만드는 과학을 용인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날 것이다. 그 결과에 우리가 영향을 미칠 방법은 없다. 그 결과에 따라 WTO 무역협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역시나 우리가 크게 영향을 미칠 방법은 없다. 우리는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가끔은 "필론의 돼지"가 부러워진다.


<참고자료>

(1)  몬산토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2) Genetically Modified Crops and Developing Countries (http://goo.gl/1wNT2g)
(3) 죽음의 기업 몬산토 죽음의 씨앗 GMO (http://goo.gl/v9U0KZ)
(4)  한국 1·3위 종자 회사도 결국 몬산토가 인수 (http://goo.gl/pgty4X)
(5) 몬산토에 관한 12가지 오해 (http://goo.gl/ispKa3)
(6) '식탁의 점령자' 몬산토를 아십니까 (http://goo.gl/8oEMt6)
(7) GMO 논쟁, 결국 미국-EU 대리전 인가? (http://goo.gl/VHp4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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