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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Sep 24. 2018

농사 관측용 드론의 이해

정밀농업의 눈 - 농업관측용 드론

우리나라에서 드론 하면 농약을 뿌리고 고속도로에서 전용차선 위반을 단속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21세기 기술혁신에서 드론을 빼놓고 이야기 하긴 힘들다. 그렇다면 드론이 상업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어디일까? 믿기 어렵겠지만 농업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6시 내 고향" 정도의 푸근한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농업은 첨단 기술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산업현장이다.


농업은 상업적으로 드론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산업이다. 드론 연관산업 수익의 80% 이상이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서 발생되고 있다. 특히 30년 전부터 그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대규모 조방농업에서는 필수적으로 채용되고 있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에서 드론은 필수 측정장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밀농업은 획일적인 처리 방식의 농업을 토양과 작물 측정에 기반한 가변적인 처리(variable application) 방법으로 전환시켜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농업용 드론, 센서를 띄우는 장치일 뿐


현재 다양한 종류의 드론이 시장에 나와있다. 그렇지만 모든 드론이 농업에 적당하지는 않다. 농업에 적당한 드론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고정날개형(fixed-wing)과 멀티 로터(multi-rotor) 드론이다. 두 형태의 드론 모두 가격과 수송용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1) 고정날개형 드론은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이착륙 시 약간의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내구성 폼(foam)으로 만들어져 충격에 비교적 안전하다. 그렇지만 드론을 가시 비행 거리 내로 제한하고 있는 항공법과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규모가 큰 농장이나 대규모 농경지 모니터링에 유리하지만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다.

DJI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파밍패키지. 국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c) DJI 홈페이지


(2) 멀티 로터형 드론 현장에서 빠르게 운용하는 데 유리하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어디서나 날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션을 설정하는 것 역시 간단하다. 고정형 드론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이착륙해야 하는 고정날개형 드론에 비해 조작이 간단하다. 당연히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쉽게 숙달할 수 있다.


멀티 로터형 드론은 고정날개형에 비해 넓은 면적을 커버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멀티 로터형은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조작하기 쉽고, 바람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더 정확한 지점으로 정밀하게 날릴 수 있다. 낮은 고도에서 정밀한 이미지 데이터를 획득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는 비행거리를 시계권 내로 제한하고 있는 항공법규도 역시 멀티 로터형을 돋보이게 한다.


농경지 테두리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찍어야 할 사진의 매수가 결정된다.(2)


현재 앞서가는 농업용 드론 회사들은 매우 직관적인 사용법을 제공한다. 랩탑이나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구글맵과 같은 지도에서 비행할 구역을 정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드론 패스를 결정한다. 지도 위에 비행할 코스가 라인으로 그려질 뿐 아니라 이륙과 착륙도 완전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센서(Sensors)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드론은 비디오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가시광선 영역을 커버하는 카메라를 농업관측용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 드론에 부착하는 센서가 중요한 것이다. 당연히 드론과 센서를 통합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역시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센서를 부착했던 상관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드론 센서가 촬영한 중첩된 영상을 한 장의 이미지로 만들어 주는 기술은 그 자체로 노하우(know-how)가 필요한 기술이다. 중첩도가 높으면 더 많은 이미지를 촬영해야 하고 당연히 작업 속도도 느려진다. 이렇게 촬영된 GPS 위치가 첨부된 한 장의 이미지는 직접 필드에서 직접 관측한 데이터 값과 비교된다.


다파장의 빛이 식물 상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지 보여주는 모식도 (c) myfarmlife.com


드론은 작물에서 반사되는 빛을 기반으로 정보를 재구성한다. 농업적인 목적에서 여러 종류의 파장이 사용된다. 주로 사용되는 센서는 다음과 같다.


(1) NDVI (정규식생지수)


식물은 가시광선 파장의 빛을 광합성을 위해 흡수한다. 그렇지만 근적외선(NIR) 파장의 빛은 광합성을 하기엔 충분하지 못하지만 잎의 열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식물은 NIR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 이 반사 메커니즘은 식물이 죽었는 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여 NIR 파장의 반사도와 가시광선의 반사도를 비교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 이를 NDVI(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라고 한다. 강한 NDVI 신호는 식물의 밀도가 높은 걸 나타내고, 약한 NDVI 신호는 문제가 있다는 걸 나타낸다.

가시광선 이미지(좌)와 NDVI 이미지(우). NDVI로 더 쉽게 작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 (3)


NDVI 이미지는 농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작물이 잘 자라는 곳과 그러지 못한 곳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료 시비량을 결정할 수 있다.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곳에 비료를 주는 것은 비용적으로 낭비일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비료는 수계로 유출되어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NDVI 이미지는 식물이 받는 다양한 스트레스 - 즉 잡초, 병해충, 수분 등 -  반응에 따라 나타난다. 따라서 농업생산자는 NDVI 신호가 약한 곳의 문제를 파악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NDVI 센서는 시중에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전용 센서로 정밀한 파장을 측정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일반적인 고해상도 카메라에 렌즈를 교체하거나 필터를 끼워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개는 70-80만 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후자의 방식도 농업적인 목적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열센서(Thermal sensor)


열센서는 대상 물체의 방사열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말한다. 예전엔 적외선 센서가 크기가 컸지만 지금 나오는 제품들은 드론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경향화 되어있다. 열센서는 물을 얼마나 잘 이용하고 있나, 즉 가뭄 등에 의한 영향을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물에 접근성이 높을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 열 차이가 매우 미세하다는 데 있다. 측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러 인자들 - 바람, 태양광 노출 정도 등 - 에 의한 영향도 받기 때문에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열 센서는 토양 수분 상태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 (2)


열센서는 이외에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측정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물론 하우스와 같이 농업용 시설의 단열성능을 측정할 때도 열센서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3) 초분광 센서(Hyper-spectral sensors)


초분광 센서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비가시광선 영역의 빛도 동시에 측정한다. 이 센서의 가격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 센서의 유용성은 식물이 반사하는 빛을 측정함으로써 그 식물의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선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농장 환경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센서를 보정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빛을 측정하는 조건이 달라지면 측정값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4) 라이다 센서(LiDAR sensors)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목표 물체까지 정확한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주로 건물의 3D 형태를 측정할 때 사용한다. 가격은 7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매우 고가이다. 아직까지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지만, 산림 및 과수원 등 정밀한 높이나 체적의 측정이 필요한 부분에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 처리와 분석


드론이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비행하면 수백 ~ 수천 장의 사진이 얻어진다. 대부분은 최대 70%까지 중첩된 이미지로 실제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첩된 부분을 맞추어서 한 장으로 붙여야 한다. 이를 ‘orthomosaic’ 또는 ‘field map’이라 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 각 이미지는 ‘geotagged' 정보가 exif에 들어 있어야 한다.


(1) 개별처리 방식.  일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개별 컴퓨터에서 이미지 스티칭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처리 속도는 컴퓨터와 프로그램 성능, 처리 면적에 따라 좌우된다. 사용자는 이미지가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2) 클라우드 방식. 최근에는 클라우드 방식의 이미지 처리가 선호되는 추세이다. 알고리듬의 업데이트가 용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얻어진 이미지는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업로드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미지만 업로드하면 최신 업데이트가 적용된 결과를 받아 볼 수 있고, 하드웨어에 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완성된 지도는 다양한 포맷 - GeoTiff, KMZ, shapefile 등-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드론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마치면서...


우리나라에서 드론은 농약을 뿌리는 농기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농업용 관측 드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활용되는 데까지 나가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이 추가 투자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호당 경지면적이 작은 우리 농민 입장에서는 정밀농업 도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수익으로 연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농업용 관측 드론은 계속 연구단계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드론 관련 기술개발 그 자체보다는 실제 적용에서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느냐가 핵심일 것이다. 지자체나 작목반 등 광역단위의 농업용 측정 드론 서비스 모델이 개발되어야만 이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단위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드론 관련 연구과제에서도 기술 중심이 아니라 - 하드웨어는 중국, 소프트웨어는 미국으로 이미 재편이 끝나가고 있다 - 서비스 모델이 중심이 되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보다는 비즈니스모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농업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드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초기 드론 응용기술 서비스시장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정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1) 표제부 이미지의 크레딧은 CIAT에 있음

2) Best Drones For Agriculture 2018: The Ultimate Buyer’s Guide

3) Agricultural Drones: What Farmers Need to Know


* 이 글은 "Agricultural Drones: What Farmers Need to Know(3)"이라는 글을 참고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관련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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