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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r 07. 2019

미세먼지, 공기 흐름이 문제!

한반도, 미세먼지에 잠기다.


지난 며칠 간 바람 한 점 없는 봄소식에 반겨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삐져나왔다. 희뿌연 하늘이 문제였다. 사상 최악(?)이라 불릴 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SNS에서도 온통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언론에서는 중국과 일본 동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 사이에 한반도가 끼면서 일어난 대기 정체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논쟁도 격화됐다. 수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지목했다. 2016년 6월 정책브리핑에서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30-50%가 중국에서 기인한다는 자료를 발표한 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70-80%까지 중국발이라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게 된데는 환경부의 발표이외에도 AirVisual 등 수많은 대기오염 정보 제공 사이트도 한 몫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런 우리의 반응에 강하게 반발했고(참고 : 中 환구시보 "韓, 미세먼지 중국 탓 말라"), 많은 전문가들 역시 국내 발생원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논쟁은 격화됐다. (참고 : 미세먼지=중국"은 틀렸다, 환경부는 왜 국민을 속이나)


2019년 3월 5일, Airvisual이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 이건 사진이 아니라 그냥 모델링 맵입니다. 


농도보다 공기 흐름을 주목해야!


그럼 미세먼지에 대해 제대로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래서 간단히 엑셀로 계산해봤다.


(가정) 가상의 도시, 서주가 있다. 이 도시의 평소 미세먼지 발생 및 유입량을 '100/일'로 가정하자. 우리나라의 평균자료를 적용하여 자체 발생 70, 중국 및 북한 등 외부 유입 30으로 가정했다.


이게 공기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정해보자. 도시로 유입(자체+외부)되는 양이 일 평균 100으로 일정할 경우 도시 외부로 빠져나가는 양이 달라지면 공기가 정체된 날이 길어질 때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보자(표 1).


표 1. 미세먼지 유입량 100을 가정할 경우 유출량 차이가 미세먼지 누적에 미치는 효과


들어오는 양의 절반을 다른 곳으로 바람이 실어나갈 경우(유출 50%) 5일 후에는 100 정도에 도달하고 시일이 더 지나도 그 수준에서 멈춘다. 여기서는 이걸 기준으로 두고 비교해봤다. 외부로 실어나가는 양이 10% p만 더 늘어도(유출 60%) 미세먼지는 34%가 더 줄어든다. 20% p로 유출이 늘어날 경우 미세먼지는 5일 후면 56%가 줄어든다. 미세먼지는 바람이 약이다.


반면에 10% p만 더 축적되는 상황(유출 40%)을 가정해보자. 5일 후면 거의 40%가 늘어나고 20% p가 더 축적(유출 30%)되면 두 배까지 늘어난다. 공기 흐름이 거의 멈추면(유출 10%) 3.7배가 더 높아진다. 바람이 잦아들고 대기의 역전층이 형성되면 미세먼지는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농도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반면에 외부 유입농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내부 발생은 그대로 70으로 고정하고, 외부 유입을 두배로 하면 즉, 60이 되면 전체적으로 30%가 늘어나게 된다. 외부 유입이 평소보다 세 배가 더 들어오면(유입 90) 전체적으로 55%가 증가한다. 외부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여기에 목멜 만큼 그렇게 큰지는 의문이다.


이게 간단한 가정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공기의 흐름이 정말 중요하고, 공기 정체가 지속되는 날 수가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길 강조하고 싶다. 당연히 배출되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농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의 기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공기가 희뿌옇게 느껴진다면 그건 대기의 흐름이 크지 않은 날인 것이다.


멀리 보이는 신호등이 별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사실 이렇게 공기 정체가 며칠 계속되면 그때는 그냥 자중하면서 지내는 수밖에 없다. 갑자기 미세먼지 발생원을 제거할 방법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 하늘만 보고 있자는 말인가?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이 드는 지점이었다. 농사 지을 때 비가 많이 자주 내리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대책 전혀 없다. 미세먼지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공기 정체가 계속되면 사전에 비상한 조치가 필요


그럼 어쩌자는 이야기인가. 그냥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오염원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경유차 줄이고, 소각을 줄이고,.... 그런데 말이야 쉽지 하나하나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세먼지에 숨 막혀 죽기 전에 굶어 죽을 수도 있는 문제라서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은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게 지난 십 년 동안 크게 진전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투표날 미세먼지 걱정보다는 아파트 값 떨어지는 걸 더 염려한 우리 모두의 원죄이기도 하고.


이번처럼 며칠 계속 대기 정체가 예상되면 미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소각장 가동을 사전에 중단하고, 강력한 차량 운행제한 들어가는 등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대기 정체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누적효과를 사전에 차단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남 탓한다고 미세먼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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