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탄소의 보고, 기후변화의 파수꾼
이탄(peat),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탄이라 불리는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뭔 말인가 했습니다. 물론 토양학 시간에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그리고 생태계에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이탄은 부분적으로 썩은 식물이나 유기물이 축적된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초본류는 거의 1~2년 만에 대부분이 분해되고, 목본류도 몇 년이 지나면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반면에 추운 날씨의 아한대 지역에서는 유기물의 분해가 느려집니다. 습지일 경우는 더 느려지죠. 그러니 이 두 조건이 결합되면 토양 속에 유기물이 쌓이게 되겠죠. 그래서 아한대 습지가 이탄지(peatlands)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외에도 물의 영향이 큰 아열대 지방의 습지에서도 이탄지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생성된 지역에 따라 이탄지(peatlands) , 늪(bogs), 미레(mires), 무어(moors), 또는 머스킷(muskegs) 등 다르게 불립니다.
대개 스파그넘(sphagnum)이라는 이끼류로 구성된 유기물 층을 피트모스(peat moss)라고 부릅니다. 이 이끼는 자신이 자라기 좋도록 주변 환경을 산성으로 바꾸는 특성이 있습니다. 주로 이탄으로 구성된 토양을 히스토졸(histosol)이라고 합니다. 12개의 토양분류군의 명칭 중 하나입니다. 물이 범람하거나 고여있는 습지에서 산소의 공급이 제한되어 유기물의 분해 속도가 더뎌 유기물이 축적된 토양을 가리킵니다.
이탄지가 모두 산성인 것은 아닙니다. 중성이나 알칼리 피트도 있는데 이를 펜(Fen)이라고 부릅니다. 이탄지가 무기양분 함량이 낮고 산성이라면 펜은 마그네슘, 철분, 칼슘 등이 높은 중성 또는 알칼리 토양의 특성을 가집니다. 당연히 여기에 자라는 식생은 이탄지와는 차이가 나겠죠.
* 수치가 문장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참고문헌마다 다른 기준으로 추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읽을 때 고려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갑자기 피트모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의 글을 쓴 이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 등 베리 나무의 재배가 확산되면서 산성토양으로 개량하기 위해 많이 수입이 되었습니다. 물론 상토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피트모스가 축사의 깔개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톱밥 대신에 말이죠. 안성에 있는 젖소농장에서는 피트모스를 바닥에 깔았는데 냄새도 줄어들고 퇴비의 품질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톱밥 대신에 충분히 사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토양개량제로 적당한 게 한대습지에서 자라다 보니 식물의 씨앗이나 병해충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분 흡수력이 무개 대비 20배에 이르고 토양의 양이온치환용량(CEC)을 증가시켜 양분을 머금는 능력도 향상합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를 제조하기 위해 보리를 볶을 때 피트모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때 피트모스의 스모크 향이 보리에 베이면서 위스키에 향을 더합니다.
캐나다는 북미의 피트모스의 80%를 공급합니다. 캐나다에서는 피트모스를 채취한 지대에서 복원을 함께 시행하는데 이를 통해서 다시 예전 상태로 되돌아 간다고 합니다. 이끼를 다시 땅에 옮겨 심으면 3-5년 이내에 다시 재생이 일어나고, 향후 15-20년 동안 탄소의 흡수원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산림처럼 말이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오래전부터 이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탄지는 지구의 탄소저장고이기 때문입니다. 이탄지는 지구 표면의 약 3% 정도를 차지합니다. 아한대 지역 이탄지의 평균 두께는 1.5~2.3m정도인데, 이 정도 규모의 이탄지토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수천 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한대 이탄지에만 대략 415 Gt(기가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 양은 2019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46배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로 넓히면 이탄지가 함유하고 있는 탄소(Carbon)는 550 Gt 정도가 됩니다. 세계 토양 탄소의 42%에 해당하고, 이 양은 모든 나무와 풀이 함유한 탄소의 양보다 더 많습니다. 3%의 면적이지만 전 세계 토양탄소의 1/3을 차지합니다. 이탄지에서 가장 대표적인 식생은 스파그넘(Sphagnum)이라는 이끼류 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여러 종류의 풀과 나무가 영향을 미칩니다.
이탄은 유기물 함량이 높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연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대략 전 세계 습지의 60% 정도가 이탄지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탄지가 석탄이나 낮은 품질의 갈탄(lignite)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초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말려서 연료로 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유기물 함량이 그리 높지는 않으니 화력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피트모스를 채취해서 토양개량제나 연료로 사용하면 당연히 땅속에 축적된 유기물이 연소(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대기에 배출됩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IPCC는 석탄(94.6 g CO2/MJ)이나 천연가스(56.1 g CO2/MJ)에 비해서 이탄(106 g CO2/MJ)의 탄소배출강도(carbon intensity)가 더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탄을 재생 가능한 연료로 분류하지는 않았는데, 다시 생성되는 속도가 산업국가에서 사용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훼손된 이탄지의 30-40%만 다시 회복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 위치한 대부분의 이탄지는 이미 사라져버렸죠. 물론 복원을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캐나다 이탄협회(Canadian Sphagnum Peat Moss Association, CSPMA)는 다른 주장을 합니다. 캐나다에서 습지의 90%가 피트랜드인데, 면적으로는 약 113.6백만 ha입니다. 우리나라 농경지 전체 면적의 70%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입니다. 이중 30,900ha만 수확이 되었는데 이는 단지 0.03%에 불과합니다. 충분히 재생 가능한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4).
이탄이 형성되는 지역의 공통점은 유기물이 축적되는 속도가 분해되는 속도보다 느린 지역입니다. 이런 조건이 가장 잘 충족되는 곳이 아한대 지역입니다. 북유럽과 러시아, 시베리아,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겠죠. 이외에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콩고공화국, 남미의 아마존 지대 등에도 분포하는 데 이 지역은 물에 의해서 분해가 늦추어진 경우입니다.
이탄 지대는 지구 전체 면적의 2.8 %를 차지하는 약 4억 2천2백만 헥타르를 차지합니다 (Xu et al., 2017). 이탄 지대는 아시아(이탄지의 38 %)와 북미 (32 %)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유럽(12 %)과 남미(11 %)가 잇고 있습니다. 전 세계 습지(Wet land)의 60%가 이탄지(peatland)로 분류됩니다. 국가로는 러시아가 가장 큰 면적으로 차지하고 있고, 캐나다가 27%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피트모스는 탄소가 50-60%로 대부분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고, 질소의 함유량도 2-3% 정도 됩니다. 반면에 인산의 함량은 0.2% 이하로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 피트모스는 유기질 비료보다는 토양개량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농업적으로는 상토 등 원예자재,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산성토양을 좋아하는 블루베리 재배에 많이 사용됩니다.
피트모스는 유기물 함량이 높으니 일반적인 퇴비의 특성을 그대로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분 보유력이 자신의 무게에 20배에 달하고, CEC도 커서 토양의 보비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토양의 통기성을 좋게 하고 뿌리 발육을 좋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토양의 물리 화학성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퇴비가 일반적으로 중성 pH에 가까운 반면에 피트모스의 pH는 3.8~4.3 정도의 범위를 나타냅니다. 이건 피트모스가 생성된 환경조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조건에서 작물재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pH 조정을 위해 석회를 같이 사용할 필요도 있겠죠.
다른 유기성 자원에 비해 잡초의 씨앗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피트모스가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장담하는 데 우리나라에서도 피트모스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톱밥 대신 축산의 깔개로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이런 논란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원예용 농자재에서 피트모스를 퇴출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5). 반면에 캐내다 피트모스협회에서는 재생 가능한 수준에서 피트모스를 채취해서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요?
1) Xu, Jiren and Morris, Paul J. and Liu, Junguo and Holden, Joseph (2017) PEATMAP: Refining estimates of global peatland distribution based on a meta-analysis. University of Leeds.
2) What are peatlands? (https://peatlands.org/peatlands/)
3) Jesse Vernon Trail, The truth about peat moss (2013. 1. 25.)
4) PEAT AND PEATLAND STATISTICS
5) Is this popular gardening material bad for the planet?
* 여기에서 별도로 언급되지 않은 사진이나 내용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