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Mar 22. 2022

러-우전쟁, 세계 식량위기로 진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우리나라에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곡물의 80%를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걱정이다. 우리나라 쌀은 가격 방어를 위해 시장격리를 하고 있지만, 다른 곡물은 이미 지난해 대비 30% 정도 올랐고,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계는 대체로 이 위험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미국의 시각을 좀 들여다봤다. 정말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은 식량위기러 이어질 것인가?


2021/22년  곡물의 주요 수출국과 비중


들어가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불안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금년 2월 24일부터 항구에서 상업활동을 중지시키면서 수출이 막혔고, 러시아는 흑해 연안에서 해상운송 보험료가 올라가면서 또한 영향을 받았고, 금융제제 여파로 거래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두 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밀, 옥수수, 보리의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그럼 이 여파는 언제까지 이어지고,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1. 밀(Wheat)


2021/22년 시즌 우크라이나는 국제 밀수출 물량의 10%, 러시아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의 대부분을 시즌 초기에 수출을 했고(7월부터 시작) 지금은 수출항이 막혀 후기 물량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러시아는 수출관세와 수출쿼터(2.15부터)를 적용해서 수출물량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웃 유럽으로 가는 수출은 통제했지만 카스피해로 가는 물량을 막지는 않았다. 이에 대한 반사 작용으로 EU, 인도, 호주가 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수출 물량을 기록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수입자들은 구매를 줄이고, 연기하고, 기존 재고에 의존하면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교역량은 1월 대비 2월에 약간 낮게 조정되었다.


(가격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물 및 선물 가격이 모두 높아졌고, 수입업자들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있다. 캐나다산은 전달보다 톤당 60달러가 높아졌고, 호주산은 톤당 47달러, 아르헨티나산은 톤당 116달러가 높아졌다. 급격한 인상인데, 이는 브라질,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급 불안 우려로 인해 구매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산 밀은 톤당 162달러가 높아졌는데, 이는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에서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EU에서도 톤당 150달러(호가)가 증가했는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요 증가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알제리는 프랑스가 밀 입찰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호가는 톤당 87달러 상승했지만 제재와 선박보험 가입의 어려움으로 새로운 수요가 줄어들었다.


국제시장에서 밀 가격 호가


호주의 밀은 기록적인 생산량 증가로 수출 물량도 100만 톤이 더 증가하여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호주는 2년 연속 풍작으로 충분한 공급 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등으로 고객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인도 역시 밀 수출국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최근 풍작이 이어졌고 밀 재고도 풍부한데, 최근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도 생기면서 수출 물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2년 전 대비 2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는 운송거리가 짧아 동남아 수출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반면에 흑해에서 주로 밀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인데 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산 밀을 수입 해왔다. 최대 80%까지 이르렀다. 이집트는 국영 곡물기업이 국제입찰을 통해서 조달하는 데 최근에는 구매선을 미국, 유럽, 카자흐스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집트처럼 가격에 민감한 시장은 가격 상승 여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터키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다. 터키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서 관세를 면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터키 국영회사가 수입가는 1월에는 341-351달러였는데, 2월에는 409-517달러/톤으로 상승했다. 터키산이 시장에 출하되는 6월부터는 수입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사실 터키는 밀 수입량의 상당 부분은 밀가루, 파스타로 재가공해서 이라크, 예멘, 시리아로 수출한다. 지금까지 터키의 밀 가공품 수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재고, 구매 연기 등으로 1월 대비 2월 구매량은 100만 톤 정도 줄었다. 


2. 옥수수(Corn)


우크라이나(14%)와 러시아(2%)의 옥수수 수출 물량은 전체 교역량 대비 16%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는 항구 폐쇄에 따라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겠지만 러시아는 주요 수출국인 카스피해 국가로 예정대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옥수수 수출물량이 증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감소분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롭게 옥수수의 수출국으로 떠오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몇 개월 내로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쟁의 여파로 4대 수출국의 입찰가는 급등했다. 브라질산이 출하되는 시기가 몇 달 남았지만, 구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르헨티나 산 입찰가는 톤당 61달러 상승한 343, 미국산은 58달러 상승한 353달러였다. 


국제시장에서 옥수수 가격 호가


3. 보리(Barley)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는 영역이다. 이 달의 교역량은 조금 늘었는데, 큰 공급처인 호주와 캐나다가 출하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보리는 이미 대부분 수출이 된 상태라 영향이 옥수수보다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호주의 보리 생산량이 증가해서 수출 가능량이 증가했고, 캐나다도 가뭄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수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하 예상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결론


농산물의 특징은 1년이 지나면 가치가 폭락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불안한 세계정세로 일시적인 곡물 가격 상승이 있었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물량이 출하되는 하반기부터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중서부 가뭄으로 영향을 받는 양은 호주의 대풍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테고. 이것도 지금까지 그래 왔던 패턴이다. 식량 가격은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지난해부터 유가가 올라가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고, 금년도 평상시 패턴처럼 5-6월까지는 상승이 이어가겠지만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이건 캐나다와 미국 중서부의 가뭄이 관건이다.)


물론 수입선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는 터키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호주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가 새롭게 밀수출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정도의 기상과 전쟁의 여파 정도는 국제 곡물시장이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전망을 해본다. 물론 이 정도의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들은 높은 물가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은 안정적인 시장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국제 곡물시장의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 수 있을까? 그 요인은 아직은 크지 않고, 단기적인 상승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노력이 필요하다. 사료 가격은 어느 정도 인상요인이 있으니 축산농가들은 경영은 좀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상쇄 여력이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괜한 불안감은 최종 식품의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충동을 오히려 만들어내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조금 든다.



인용문헌


USDA, Grain: World Markets and Trade - 2021/22 Grain Trade in Flux Amid Russia-Ukraine Conflict(2022.3.9.)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개인의 의견을 더해 작성하였습니다.


* 추가적인 이야기는 “식량위기 아직, 10~20년내 기후위기로 진짜 충격”의 인터뷰를 참고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