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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an 23. 2024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라!

Stay Foolish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의 어록 중 하나이다. "자만하지 말고 항상 배우라"라고 번역을 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추구하고, 우직하게 버텨내라"라는 게 가장 와닿는다. 그렇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처음 사용되었다고 알려진 카탈로그(1969)


히딩크 감독의 어록 중 "I'm still hungry"가 있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16강 통과도 불확실했을 때, 4강 신화를 이루었기에 이 말은 더 크게 회자되었다. 그렇지만 이 문장의 번역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요즘 세상에서 계속 배가 고프면 살이 찌기 때문이다.


만약 유튜브에서 15분짜리 결말이 포함된 요약 편을 보고 영화관에 앉은 관객이라면 블록버스터인들 설렘이 있을 수 있을까. 만약 그게 인생이라면 그 보다 더 지겨운 삶도 없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두루 안다는 건 아무것도 모른다와 같은 뜻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걸 알 시도조차 못하는.


여행을 떠날 때는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가기도 하고, 아니면 아무 정보 없이 가기도 한다. 나는 대체로 후자를 택한다. 물론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한 게 그놈의 스마트폰이 모든 정보와 장소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망쳐 놓은 첫 번째 범인은 아마도 그놈의 스마트폰일 게다. hungry를 멸종시킨 스티브 잡스가 졸업식 축사에서 "stay hungry"를 말하고, 결과적으로 "stay foolish"가 불가능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도 거시기하다. 그걸 극복해야 하는 건 메피스토텔레스와의 거래를 받아들인 나의 몫이다.


언젠가는 지나가는 풍경에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서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을 때가 올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많은 정보를 손쉽게 구하고 너무 먼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여행하게 되면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끝이다. 어쩌면 내가 이미 애들을 그렇게 만들었는 지도 모르고. 그래서인지 "젊어서 두루두루 봐도 소용없다"라는 진교수의 글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노인이여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해요 
빛이 사라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해야 해요.


인터스텔라에 나와서 알게 되었던 딜런 토마스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구를 마주쳤을 때 "stay hungry, stay foolish"가 떠올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별 감흥이 없다면 욕심이 유일한 동력이 된다. 자연인이 되어야 할 때이다.


stay hungry!


* 표지사진은 제임스웹 망원경이 찍은 은하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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