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양파의 경매가가 국산보다 높다는 사실, 언뜻 들으면 좋은 소식처럼 들립니다. '그럼 국산이 가격 경쟁력이 있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장의 양파 농민들은 오히려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더 비싼 중국산이 계속 팔린다는 건, 단순한 가격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 구조의 전환입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가정용이 40~45%, 기업용(외식·식자재·단체급식)이 50% 내외였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가정용 15~20%, 기업용 70~75%로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이 변화가 왜 중요할까요? 가정용과 기업용 시장이 요구하는 '좋은 양파'의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산지에서 생산되어 규격화가 잘 되어 있음
알이 크고 단단함
로트(Lot)별 품질이 균일함
소농 위주의 생산 구조
로트별 품질 편차가 큼
크기와 경도가 불균일함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이런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형 급식소, 외식업체, 식자재 가공업체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계 탈피 시 손실률이 낮음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큼
대과 중심으로 수율이 높음
규격화되어 있어 관리가 용이함
더 비싼 가격에도 중국산이 팔린다는 건, 이제 중국산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대형 급식소와 식자재 시장에서 '기본값(Default)'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산 양파의 수입 원가를 분석해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중국산 양파 가격 구조:
수입단가(CIF): 550원/kg
TRQ(관세 50%) 적용 시 국내 유통가: 약 925원/kg
민간 수입(관세 135%) 적용 시: 약 1,390원/kg
국산 양파:
생산비: 평균 497원/kg
가락시장 경매가: 1,100원/kg 수준
이론상으로는 당연히 국산이 팔려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더 비싼 중국산이 선호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핵심입니다.
참고로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양파 산업의 규모를 보면:
생산량: 117만 5천 톤
재배면적: 1만 8천 ha
농가 수: 5만 9천 가구
생산액: 약 1조 2천억 원
주요 생산지: 전남, 경남
농가 소득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물입니다. 이게 흔들린다는 건 단순히 양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편의성과 프리미엄에 집중
소포장, 고당도, 기능성으로 차별화
신선함과 맛을 강조
기업용 시장(B2B):
수율과 규격의 경쟁력 확보
기계화된 선별 체계 구축
대과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양파는 생산 변동성이 매우 심한 작물입니다. 개별 농가 단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현재는 정부 비축으로 커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시스템:
시군 단위가 아닌 도 단위 광역 APC 통합
과잉 물량을 즉시 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자동 탈피기를 갖춘 산지 유통 시스템
수입산보다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
단순한 중량 기준 선별이 아니라, 용도별 등급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예시:
"볶음용": 대과/경도 높음
"즙용": 중과/당도 높음
"샐러드용": 중소과/수분 많음
당도, 경도, 모양 등을 데이터화하여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규모화와 규격화:
생산 단계에서부터 규격화 추구
기계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품질의 균일성 확보
이런 노력들이 성공한다면, 중국산 양파는 TRQ 물량 수준에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보조적 역할에 머무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손 놓고 있다면, 중국산이 시장의 주류가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아무리 국산이라도, 기업들이 원하는 품질과 규격을 제공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합니다.
2023년부터 나타난 이런 현상을 유통업체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우리 산지와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 이미 고추는 10년 전에 비해 재배면적이 23% 급감했고, 자급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양파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