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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4. 2016

버팔로

검은색의 피부와 커다란 뿔이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버팔로는 아주 겁이 많은 동물이다.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한두 마리 정도는 눈을 부라리고 위협적으로 콧김을 내뿜지만, 다른 소들은 슬슬 꽁무니를 빼며 달아날 궁리부터 한다.


우리나라 소들처럼 버팔로도 라오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물 논을 갈 때 쟁기를 끌었고 무거운 짐을 실어나르는 수레를 끌었다.


비엔티안의 버팔로들 -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요즘 라오스에서도 우리나라 80년대처럼 경운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버팔로는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농사일을 경운기에 내주면서 그 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라오스에는 약 110만 마리 정도가 있는데 주로 평야가 넓고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남부 사바나켓, 참파삭 지방에서 여전히 많이 기르고 있다.

캄무앙의 버팔로들


버팔로를 한우처럼 고기소로 개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것보다는 비슷한 농업환경을 가진 태국의 소 품종을 도입하는 것을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태국 역시 인도의 브라만, 일본의 화우를 도입해서 품종을 개량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라오스에서도 등에 혹이 난 것이 특징인 하얀색 브라만을 심심찮게 마주 진다. 일부 농장에서는 품종개량을 위해 도입한 검은색 화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키우던 덩치가 작은 누렁이들이 비엔티안 등 도시 근교에서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한우도 예전엔 라오스 누렁이 정도의 크기였을 텐데, 요즈음 한우 농장을 방문하면 그 크기에 놀란다. 봉고 트럭을 보다가 덤프트럭을 보는 느낌이랄까.


방비엥 블루라군을 가는 길, 소들이 벼 그루터기를 뜯고 있다.


피숑에게 왜 버팔로를 키우는 것을 꺼려하는지를 물어봤다. "누렁이들은 3~4년이면 키워서 팔 수가 있는데, 버팔로는 7년 정도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키우다 보면 정이 들어서 내다 파는 게 쉽지 않다." 피숑의 대답이다. 버팔로 등에 올라타고 어린 시절을 지낸 피숑에게 버팔로를 내다 판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 갔다. 버팔로를 팔고 한동안 침울했던 가족들의 분위기도 눈앞에 그려졌다.


라오스에서 버팔로 품종 개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점점 더 그 수는 줄어 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버팔로와 함께 했던 추억들 역시 사라져 갈 것이다. 물웅덩이에서 등짝에 진흙을 묻히며 뜨거운 태양을 피하던 버팔로의 모습이 사진 속에서만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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