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Parallel worlds)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 중 하나다. 예전에 일요일 밤에 하던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라고 하는 순간 서로 다른 삶이 펼쳐지듯이, 우주 또한 우리가 선택할 때마다 다른 선택을 한 내가 존재하는 새로운 우주가 생성된다. 또 다른 나는 다른 우주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말 그럴까?
그건...
평행우주론이 과학적 진실인지가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 일단 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행우주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이 개념을 모티브로 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음은 내가 본 영화 중 평행우주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이 중 어떤 영화는 직접적으로 평행우주 이론을 가져다 섰고, 어떤 영화는 일부 개념만 차용했고, 또 어떤 영화는 평행우주론을 혼동되게 적용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이 영화의 상황 설정이 최신 물리학 이론이라는 것을 알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더 원(The One). 이연걸이 주연한 영화로 2001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 율라우는 평행우주 속에 존재하는 자기와 같은 존재를 모두 죽이면 신과 같은 능력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에 기반하고 있는 영화이다. 율라우는 다른 우주로 넘어가서 다른 율라우와 결투를 벌인다. 다른 율라우를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점점 더 강해진다. 이 영화는 이연걸 대 이연걸의 격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역전에 산다. 하지원, 김승우가 주연한 영화(2003)로 주인공 강승완은 한 세계에서는 파산 직전의 증권사 영업사원으로 다른 세계에서는 성공한 골프선수로 나오는 영화이다. 강승완은 어릴 적에는 잘 나가는 주니어 골프선수였지만 골프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미워 골프를 관두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성공한 골프선수로 나오는 데,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두 강승완의 세계가 뒤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터널이 평행한 두 세계를 연결시키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평행이론(2009). 지진희와 이종혁이 주연한 영화로 평행우주의 이론 체계를 가져간 듯 하지만 평행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시간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궤적의 삶을 산다는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게 모티브가 아닐지...
최근에 관심 있게 본 TV 시리즈 중 2015년 미국 아마존에서 방영한 "The Man in the High Castle"이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주축국인 독일과 일본에 패해 식민지가 된다는 것이 그 설정인데, 다른 세계에서는 미국이 이겼다는 것을 영화 필름을 통해 알게 된 주인공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와 그 세계를 오간다는 점에서 평행우주의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이외에도 "닥터 후"와 같은 TV 시리즈, 스타트랙과 같은 영화에서도 평행이론은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차용되는 이야기 소재가 이론 물리학의 가설 중 하나라는 게 흥미롭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시작된 양자역학에 대해 인류 대부분은 관심이 없거나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이론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응용된다는 것도 놀랍다.
우주의 시작과 끝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평행우주와 그 기반이 되는 양자역학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를 참고하면 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상상하는 만큼 열린다"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데는 현실 세계의 영화와는 달리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 표제부의 이미지는 ESA/Hubble, CC BY 3.0 (https://goo.gl/a7MDXJ)에서 가져왔으며, 영화의 장면은 Daum 영화에서 가져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