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나 한 권 사주지

by 새벽달

나에게 게스 청바지 모델같다고 말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6평짜리 원룸이지만 창문을 열면 노을이 멋졌고

바람이 불어오고 와인을 마실 땐 제법 파리같았고

너는 파리지앵같아, 아니 파리지엔느 맞지

취향이 우아하잖아 넌 참 예술가같아 아는 것도 많고


난 바퀴벌레 나오는 이 집만 빨리 뜨고싶은데? 어디든


넌 참 외국이 잘 어울려 유럽 느낌이야

이 와인 마셔봐 정말 비싼거야 구하기 힘들어

내가 선물가져왔어 가끔 차 마시라고 예쁘잖아


난 바퀴벌레 나오는 집에서 드디어 나왔고

비행기가 파리행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파리가 나오는 집은 아니었으니까


게스 왓? 그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고

나는 사랑을 여러번 했고 와인을 여러 병 마셨고

예술같은 술을 많이 마셨고 우아한 티팟은 깨졌는데

해는 어디에서나 서쪽으로 지고 바람은 부는데

그간 너무 많은 창문에서 나에게 어떤 색의 비가 왔었는지

얼마나 무거운 구름이 지나갔는지 모를거면서 참

그냥 나에겐 시집이나 한 권 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