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해본 적은 없는데

by 새벽달

나는 눈을 좋아해 아니,

아침에 세상이 하얗게 온통 흰 것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그 은빛 길에서

우리의 첫 발자국을 남기는,

빨개진 얼굴로 흰 숨을 연실 내뱉으며 연실

웃고 손잡고 어쩌면 그의 주머니에 내 손을 넣고 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해,

물론 해본 적은 없는데,

난 그런 걸 좋아해


그리고 조용하고 작은 까페에 가는거야

브랜드 까페가 아닌 아늑한, 따스한 곳이야 거긴

우리만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이 있어도 좋아

창 밖으론 희고 반짝이는 것들이 낡은 것을 덮고

떨어져 내리는 것들은 아름답고 지저분한 거리에도

내가 저주를 퍼부은 자리마저 온통

따스하게 덮을거야 우리 무릎을 담요로 감싸고

코코아를 마실거야 떨어지는 것들은 차갑고

차가운 폐 안에 달콤하고 따뜻한 공기를

숨결처럼 들이마시고 아직

차가운 얼굴을 따뜻해진 손으로

감싸고 내 마음도 달콤해지는거야

물론 해본 적은 없는데 나는

너랑, 너와, 녹지않는

반짝임과, 따뜻한

코코아와 너의

숨결과, 무릎을

얼굴을 덮을

손과, 나란히 찍을

발자국이 없어서

아, 해본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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