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쓰는 글

by 새벽달

"얘들아, 어떤 고양이가 이렇게 똥덩어리를 밖에 흘리고 다니니. 남의 집 고양이들 좀 봐라. 어느 집 애들은 어찌나 리액션이 좋은지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어서 엄마아빠에게 집을 사줬단다. 너넨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먹고 똥싸고 털이나 펑펑 뿜고다니면서 간식 달라고 조르기만 하지,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니, 초파리 하나를 잡을 줄을 아니, 집안일을 도와주기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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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좀 섭섭해요~

어느 집 고양이는 AD캔이니 유기농이니 처방식이니, 하다못해 생식도 하고 열빙어도 먹던데, 저희는 그런 거 구경도 못해보고 캣츠랑 먹잖아요~ 저희가 언제 비싼 간식 먹는 것 보셨어요? 비싼 간식은 입도 안 대고 쿠팡 츄르만 먹는 거, 괜히 그러겠어요? 저희도 다 열빙어 먹을 줄 알고 황태 트릿 먹을 수 있어요, 있는데~ 어머니 지갑 얇은 거 저희가 모르겠어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휴직하셨다고 모래에도 돈 아끼시잖아요, 저희, 다 알아요. 이전에 페스룸 크랙두부모래 쓰고 좋아하셨잖아요. 저희도 좋았어요. 고양이들이 똥 안 끊고 나오는 거, 그거 다 모래 때문이에요. 어쩌면 사료 문제일 수도 있고요. 모래 탓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 자꾸 벤토로 메꾸시니까~ 그거 다 먼지거든요. 미세먼지, 그거 전세계적으로 문제잖아요, 안 좋은 거 아시잖아요. 응고력도 그저 그렇고요.


벽지 긁어놓은 거요? 어느 집 고양이가 노래를 한다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머니, 작년에 어머니가 사고쳐서 몇 백만원 날리시고, 타투를 배우네 어쩌네 하면서 사백만원 쓰시고, 그 때 저희 암~말도 안했어요, 아시죠?

그 돈이면 사실, 벽지 새거로 발라주고 나서도 저희 5년은 먹고 놀고 싸고 걱정 없는 금액이에요. 어머니 옷도 못 사신다고 하시지만, 저희한테도 이제 장난감도 카샤카샤 하나 털뭉텡이 다 뜯어지고 나야 겨우 하나 새로 까주시잖아요. 그렇다고 어머니가 매일 놀아주기를 하세요, 모래를 자주 갈아주세요?


생각 좀 해보세요 어머니~ 그래서 타투로 돈 버셨어요? 주구장창 연습하신다고 여기 책상 다~얼룩지고, 저희가 몇달을 소음공해로 시달렸어요? 그때 저희 아무 말씀 안 드렸어요. 어머니 기 죽을까봐, 저희도 기를 쓰고 캣츠랑 먹었어요. 생색을 내다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생각을 한번 해 보시라는 거에요. 벽지 뜯어진 거랑, 장판에 잉크 얼룩진 거랑, 둘 중에 뭐가 더 돈이 많이 들어가겠어요. 이 집안에서 누가 제일 낭비를 하고 다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어머니 휴직하셨죠? 어머니가 팔다리 멀쩡한데 지금 뭐라도 하시지 않고 여기저기 이직이네 뭐네 기웃거리면서 하루종일 집안에만 계시는 거,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조금 불편해요. 뭐 사고 좀 치려고 해도 눈치도 보이구요. 숨이 막힐 것 같다구요. 좀 밖에도 나가시고, 요즘 세상에 이직도 힘든데 얼른 복직이라도 하든가 하세요. 어디가서 어머니 연세에 무슨 부귀영화 누리시려고 그래요, 요즘같이 물가도 오르고 주식판도 복잡할땐, 그만한 직장도 없어요. 저희가 어머닐 몰라요? 다 아니까, 사랑하니까 말씀드리는 거에요. 그리고 이 타이밍에 술도 좀 줄이세요. 이제부터 수입 반 토막 나는데 어머니 지금처럼 그렇게 술 드시면 저희 앞으로 캣츠랑도 못 먹어요. 갈 때 가시더라도 비위 상하니까 이 똥은 좀 치우고 나가주세요. 물에 털 하나 떨어졌으니까, 한번 직접 마셔보시든가요.


말이 길다니, 얼른 나가보세요, 그래요~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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