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중에 취미 겸 바깥공기도 마실 겸 소일거리로 어쩌다보니 스냅 사진 모델을 하게되었다.
원래 딱히 관심 없는 분야여서 스냅 사진은 무조건 돈 내고 찍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셀카도 잘 안찍는 내가 사진모델을 하다니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
요샌 취미 작가도 많고, 전업 작가 중 자신의 개인 취향대로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진작가를 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찍는 사람들도 많아서 일반인 모델도 많다. 꼭 예쁘거나 키가 크거나 하지 않아도 꽤 많은 사람들이 '상호무페이'로 모델을 하고있다. 난 정말 우연히 찍게 되었는데 마침 첫 촬영 날이 날씨도 좋고, 바람 솔솔 맞으니 기분도 좋고, 서로 무해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그렇게 한 두어번 사진을 찍고나니 이래저래 dm으로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자주 찍는 분도 생기고 어찌어찌 약 2달간 바쁘게 촬영(ㅋㅋㅋ)생활을 했다.
일반인 모델 체험에 대해선 다른 글로 쓰고싶으니 각설하고.. 최근에 디자인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AI 디자이너들을 보고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롬프터'라고 해야한다고 옥신각신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래픽 디자인도 그러할진데, 보다 클래식한 사진계에서는 다툼의 세계관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진계에서도 진정한 '사진작가'와 '사진가'의 차이, 취미작가가 '작가'인가 여부, 상업작가와 예술작가의 기준 등등등 온갖 기준으로 싸잡아 갈라치는 것이 최근 트렌드였다. 아, 아이폰 스냅 작가들에 대해선 아이폰이 감히 카메라에 비비며 '작가'라고 하느냐는 것도 있고. 세부적으로는 장비/렌즈 부심으로 싸움이 나기도 하고, 깊이 들어갈 수록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진다.
모델에 대해서도 상호무페이 모델에겐 원본을 제공하는지 마는지, 모델의 직접 보정을 허용할지 말지, 페이모델이라면 스타일링은 기본이고 포즈도 알아서 척척 전문가처럼 해야하는 것 아닌지, 애초에 직업모델이 아닌 '페이모델'이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든지.........
쓰레드가 유난히 그런 유별난 사람들의 배설의 창이긴 하지만.. 내로라 하는 사람들도 그 틈에서 한마디씩 하면서 서로서로 저격을 하고 차단을 하고 아수라장인 것을 보면 우리 분열된 사회의 갈등과 병폐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분노를 풀 데가 없는 사람들이 많구나.
쓰레드를 안 보면 될 것 아니냐, 라고 나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가끔 보면 남의 싸움 구경이 또 재밌을 때가 있기도 하고..나도 모르던 판이다보니 여기선 이런 게 세기의 화두구나 보는 것이 외부자의 시선으로만 보기엔 웃기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하다보니 싸울 거리만 늘어나는 것 같다. 보정만 보더라도 어도비 포토샵의 위상은 흔들린지 오래고, 핸드폰 카메라엔 애초에 자동 보정 기능이 들어가있고, 여기에 AI까지 추가되면서 '원본'이라는 말을 어느 단계에서 써야하는지도 애매해졌다.
글, 그림, 음악 등 모든 창작의 분야에서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딱히 창조적이지도 않은 나의 업무로 말하자면 입사 초기엔 그나마 구글번역 정도가 치트키였다면 이제는 챗지피티 없이 어떻게 문서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 이정도면 해고되도 할 말이 없을 정도..) 기술이 발전할 수록 진입장벽이 낮아지다가 어느 순간엔 기술이 사람 머리 위까지 올라와 있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사람의 터치가 더 필요해보인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그 외의 온갖 걸로 다 싸우니까 오히려 AI가 그 모든것을 다 제압해버리는 상황이 오면 어떨까.사회대통합과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챗지피티의 미친 효율을 지금의 윗분들이 깨닫는 순간이 그들의 은퇴 전 찾아올까. 그 순간이 빠를까 내가 실직하는 날이 빠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