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털 탈출기: 언젠가 카톡도 탈퇴하고 만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버블 필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사용자가 즐겨 보는, 혹은 읽는 콘텐츠와 다른 성향의 영상과 글을 무작위로 노출한다는 전술을 어느 세미나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렌디피티라고 했던가.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 내지는 행복.
내가 요새 휴대전화로 네이버에 접속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세렌디피티의 대척점에 있다. 네이버는 앱 첫 화면에 내가 최근에 검색한 내용을 기반으로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랍시고 글과 영상 따위를 노출한다. 단언컨대 나를 기쁘게 한 콘텐츠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포털에 기대하는 바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 나의 궁금증을 예측해서 누군가와 비교하게 만드는 SNS의 기능이 아니다. 네이버가 앱에 들어가자마자 띄워대는 전자쓰레기를 보면 한숨부터 난다. 정보로 위장한 광고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뒤로 네이버보다 구글을 이용하는 빈도가 월등히 높아졌지만, 한국 정보를 찾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네이버를 들락날락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놓고 있던 것이다. 머리로는 이 추천 콘텐츠를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손이 움직일 때가 있다. 그렇게 연쇄적으로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꽤나 지나가 있다. 그럴 때면 허무감이 밀려온다. 내가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그 당시의 나는 궁금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내가 과거에 이를 궁금해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자쓰레기를 덤핑 한다. 이걸 정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며칠 전 역치에 도달해 앱을 지워버렸다. 나는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주종목은 달리기고, 요가를 좋아하며, 가끔 근력 운동을 한다. 그래서인지 운동 콘텐츠가 이따금씩 네이버에 추천되곤 했는데, 그중에 굉장히 낯이 익은 사람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 사람을 내가 왜 알지? 싶어서 들어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블로거 '팔이피플'이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아는 거지 궁금해하며 게시물을 뒤져보다 이름을 보고 알아차렸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이었다!
나와는 교류가 전혀 없었지만, 과거 아주 가까웠지만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의 친구였다. 무슨 삶의 궤적을 밟아왔는지 몰라도, 살이 쪘다가 그걸 운동으로 빼는 과정을 네이버 블로그인지, 인스타그램인지에 올리며 재미를 봤나 보다. 그리고 지금은 뭐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공구해서 팔고 있었다. 난 이 원치 않은 우연한 만남이 불쾌했고, 그 원인 제공자는 네이버라고 생각했다. (불쾌한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추측하건대, 나는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있고 그 '인플루어서'가 마침 아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이건 내가 비단 네이버에서만 느낀 감정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이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모든 사람의 프로필 업로드 현황을 강제로 보게 하는 업그레이드를 했다가 욕을 잔뜩 얻어먹었다. 내가 왜 회사에서도 꼴도 보기 싫은 회사 사람의 사생활을 카카오톡에서 봐야 하냐고 공식 항의까지 했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에서 명실상부 시장지배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자 견고하던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됐는지 이 기업들도 몸부림을 치나보다. 허나 충성고객의 편의성은 안중에 없고, 시장에서 인정받은 다른 기업의 기능을 누더기 처럼 덧대 '괴물'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