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저
간만에 후루룩 읽어내려 간 책의 본문 그대로 베끼기를 오랜만에 해본다.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공유.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저항은 기본적인 권리이자 중요한 책임이다. 하지만 저항의 목표는 권리와 제도를 뒤엎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어야한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반트럼프 세력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정치 노선이 비슷한 집단 간의 연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연합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형태는 서로 이질적인, 그리고 여러 사안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집단이 하나로 뭉치는 연합이다. 이러한 연합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뤄진다. 마틴 루터 킹 생일 기념행사를 거부하고, 남부연합기를 게양하고, 동성애자와 성전환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주 정부를 향해 최근 번지고 있는 저항 운동을 생각해 보자. 주요 기업이 진보주의 저항운동에 합류할 때 성공 가능성은 높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조합을 극복하고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일은 무척 힘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관심을 쏟아왔던 다른 사안을 잠시나마 제쳐두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인내하고, 힘든 양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핵심 목표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공동의 도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간의 차이를 잠시나마 접어두자는 의미다.
배타적인 반트럼프 연합이 오늘날 정치 분열의 경계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반면, 포괄적인 연합은 분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버니 샌더스 지지자와 경영자, 개신교 신자, 세속적 페미니스트, 소도시 공화당 지지자, 그리고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가를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양당의 깊은 간극을 뛰어넘는 의사소통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 그리고 사회 내부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평적 충성심을 강화해 줄 것이다. 지금의 정치 분열이 해소될 때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연합을 통해 우리는 상호 관용 규범을 구축하고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의 운명이 위기를 맞았던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한 시점에, 작가 E.B. 화이트는 미 연방정부의 '작가 전쟁위원회'로부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짤막한 답변을 들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화이트는 겸손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위원회는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침이다. 민주주의는 don't shove에서 don't에 해당하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톱밥을 가득 채운 셔츠에 난 구멍이며, 높은 모자 위에 움푹 들어간 곳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 옳다는 생각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다. 투표장에서 느끼는 프라이버시, 도서관에서 느끼는 교감, 곳곳에서 느끼는 활력이다. 민주주의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9회 초의 점수다. 민주주의는 아직 반증되지 않은 이념이며, 타락하지 않은 노래 가사다. 민주주의는 핫도그에 바른 머스터드, 그리고 배급받은 커피에 넣은 크림이다. 민주주의는 전쟁이 한창인 어느 아침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대답해 달라는 전쟁위원회의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