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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일근 May 24. 2022

그램의 품질

베테랑 엔지니어 존재

차원이 다른 애플의 OEM


애플은 중국에서 생산을 하지만 디자인과 품질이 좋다.  그 이유는 중국업체에 생산 관련해서 많은 투자를 한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생산설비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설비와 공정에 투자를 하고 생산 초기에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공장에 상주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  다른 기업과 다르게 생산전문가를 현장에 많이 두고  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최우선으로 그들이 해결하게 한다.  생산은 중국업체에서 하지만  HP나 델과는 달리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양산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다.  애플의 생산라인은 길이가 HP나 델에 비해 2배 정도 긴데 그만큼 생산 공정에서 직접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 = 고품질,  그 이유


애플의 맥북과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되고 품질도 안정적이다.  애플 제품의 품질이 좋은 이유는 공정관리를 잘 하는 것도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모두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엔지니어링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필드에서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서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애플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산 초기에는 필드에서 문제가 안 나타날 수 없는데  애플은 칩부터 시작해서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경우,  운영 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이고  하드웨어 칩은 미국이나 대만 회사의 칩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업체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가 없다.   문제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나도 직접 애플의 제품도 사용해보고 있는데 애플 와치는 2년이 지나도록 품질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품질을 높이기 위해 품질부서의 기준을 강화하긴 하지만 이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  품질을 완벽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제품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완벽한 품질이 나오는 것이다.


그램 이전  (before 그램)


LG의 노트북은 2012년까지 중국 콴다에서 생산했다.  브랜드만 LG이지 실제 생산은 중국기업이 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PC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P와 델은 미국시장의 유통망을 장악하고 PC를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성능보다는 어떻게 하면 싸게 공급할 것인가에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일상용품이 돼 버렸다.  두 회사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생산전문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겼기 때문이다.  PC업체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런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콴다 같은 회사들이 있다.  이들은 생산만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물량이다.  우리도 PC사업이 잘되지 않다 보니 이런 업체에 위탁생산을 해왔다.  하지만 콴다 입장에서 볼 때  물량이 작기 때문에 순위가 항상 뒤로 밀렸다.  먼저 HP와 델 위주로 생산하고,  남는 시간에 우리 제품을 생산해주었다.  이런 위탁생산에서 중요한 점이 생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램과 같은 프리미엄 디자인 제품은 콴다에서 생산을 기피한다.  이런 프리미엄 제품은 물량도 많지 않고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램이 고품질인 이유


그램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해 중국 콴다 OEM 대신 남경에 있는 LG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것 또한 오늘의 그램을 탄생하게 만든 중요한 결정이었다.  만약 생산을 콴다에서 했다면 품질문제로 얼마 못 가서 판매가 중단됐을 것이다.  2013년 그램이 출시된 후 지금까지 사업이 잘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안정적인 품질 때문이다.  그램의 품질이 안정적인 것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직원이 50세가 넘어가면 거의 회사에서 퇴출시키는 분위기다.  이것은 직원과 회사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들이 있어야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램의 경우는 다행히 사업이 잘 되다보니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고 나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아직도 건재하다.  그램의 개발을 담당했던 임원은 상무로 정년 퇴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경험과 기술로 품질을 지켰기 때문에 그램이 꾸준히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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