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김소영 에세이

by 늉릇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구매해서 읽어봤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는 아이들의 귀여움이나 천진함에 웃는 순간이 많았다면, <어떤 어른>에서는 '내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처럼 성인으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책도 아이들의 귀여움이 잔뜩 담겨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따뜻할 수 있도록 나도 내 자리에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서 떠올린 작가님의 과거 이야기와 작가님이 서늘하게 느끼는 힘들었던 순간들이 공감도 되고 왜인지 모르게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전에는 그런 사실을 떠올리면서 어렸을 대 그토록 친구 관계에 안달복달했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정말 초등학교 때 친구는 아무 의미도 없어요?" 라고 묻는 어린에게 해줄 말을 찾다가 깨달았다. 만일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앗다면, 친구 때문에 애태우고 즐거워하고 실망하고 감동받고 천천히 잊어가고 추억해본 경험이 없다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내가 지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오늘의 내 친구들은 어렸을 때 친구들이 만들어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52p)


- 이따금 어린이한테 잘 해주고 싶어도 주변에 어린이가 없어서 그럴 기회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을 만난다. 우리가 실제로 이웃을 못 만나서 '이웃 어른' 이 될 기회가 적어진다면 동네의 범위를 점점 넓게 잡자. 길에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만나는 어린이 이웃을 환대하면 좋겠다. 그냥 어른끼리도 되도록 친절하게 대하면 좋겠다. 어딘가에 '세상이 이런 곳이구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어린이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가올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많이 생각해보면 좋겠다.(64p)


- 그 무렵 어느 날, 친구가 대여섯 살 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 장면이 눈이 아플 만큼 부러웠다. 다시는 그 길로 다니지 않았다. 나의 좌절과 슬픔이 남의 희망과 기쁨을 해칠 것 같았다. 적어도 나 자신은 해쳤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럭저럭 이겨냈으며 그보다 더한 일들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확실한 행복을 느낄 때도 있지만, 저 아래에 그때의 서늘함이 남아 있다. 웃을 때 조심하게 된다. (216-217p)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