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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선열 Dec 08. 2024

예쁘게 말 하기

말은 소통이다

'말 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침묵은 금이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라 '


말에 대한 말이 많다

말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아야 건지 아리송하지만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의사소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말은 해야 맛이다

해야만 하는 말이라면 기왕이면 예쁘게 말하고 싶기는 하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허무하기는 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 하니 남은 건 따로 없다 하더라도

살아온 족적은 있으려니 싶은데 그 흔적마저도 부끄럽다

다른건 몰라도 사는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말 한마디쯤은 예쁘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았다



말 한마디쯤으로 간과해 버리기엔 말의 비중이 큰 것도 같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지 않은가

혼잣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몇 명이 될지 알 수 없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 몇 명도 '어해 다르고 아해 다르다'라는 식으로 각자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니

천리 가는  말이 천 가지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예쁘게 머리단장을 한 친구에게

"어머, 너 오늘 머리 참 예쁘다," 했더니

"오늘이라니, 나는 항상 단정하거든, 너는 마치 내가 평소에는 엉망이었던 것처럼 말하는구나"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아니, 오늘 특히 예쁘다는 거야"했지만 뾰로통한 모습을 한동안 감당해야 했다


말을 잘하지는  못해도 예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거친 말이나 폭언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거친 말로 위로를 받았던 적도 있다

어른을 모신 어려운 자리에 말도 없이 늦은 친구 때문이다

친구의 부탁으로 평소 젊은 사람들의 고충을 잘 헤아려주시는 어르신 한분을 소개하게 되었다

친구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르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바쁜 어르신을 기다리게 한 결례도 문제려니와  친구의 사정을 익히 알고 있으니 좌불안석이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친구와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내가 딱했는지 어르신이

"고얀 녀석이로군, 약속을 했으면 가타부타 연락이라도 있어야지,

그런 녀석 때문에 속 끓일 것 없어요 " 하셨다

말씀은 평소답지 않게 노여움이 서렸지만 온화한 미소는 잃지 않으셨다

어르신께 죄송한 것도 10년 묶은 체증이 뚫리는 것도 같았다

   

이러니  말을 잘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든 것  같다

비록 말을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예쁘게 말하려는 노력은 해 보고 싶다

"그 사람 다른 건 몰라도 말은 예쁘게 했지"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빈손으로 가는 길에 남은 족적이라고 위로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예쁘게 말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예쁜 말을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중이다

상냥하지 못한 어투 탓인지 아직 말 예쁘다는 칭찬은 듣지 못했으니 갈 길이 멀다


말로 크게 위로를 받아 본 적은 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어 나만 홀로 세상에 내팽겨진듯 했을 때이다

당장은 생계유지가 당면한 과제였다

경단녀인 아이 딸린 여자에게 일자리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 영업사원이었다

그냥 해야만 했다

초췌한 내 모습을 본 친구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너는 믿어"  였다

그 순간 못할 일이 없을 거 같았다, 알 수 없는 힘이 솟았다

나를  믿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결과가 좋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저 그런 어려운 고비들을 숨 가쁘게 넘어야 했다

그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면

그나마  하지 못했었을 수도 있다


준비 안된 노후를  맞이한  지금도 나는 주변의 말잔치에 휘둘리고 있다

늦게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는 나를 보고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친구도 있고

"이제 와서 뭘 새로 시작하니 노후준비도 못 했다면서····

날고 기는 사람도 글로 밥 벌어먹기 힘들더라

나도 너 듣기 좋게 '편하게 앉아서 글이  나 써'하고 듣기 좋은 말 할 수 있지만

늙어서 애들한테 폐 끼치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돈이 될 일을 찾아봐야지,

우선 듣기 좋은 말보다는 너를 위해서 쓴소리하는 거야 " 하는 친구도 있다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기도 하고

"밥벌이도 못하면서·····"에 기가 죽기도 한다


이런저런 말들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말보다는 뜻에 중점을 주게 되니 나이 들어 좋은 점이다

'너 라면 할 수 있을 거야'에는 격려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어렵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그만큼 노력하라는 말이다


'밥벌이도 못하면서···'에는 삶이 편해지기를 원하는 소망이 들어 있다

애태우는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이다

질곡의 삶을 지켜보았으니 이젠 좀 편해지기를 원하는 친구의 마음이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네가 드럼 치는 것처럼, 드럼처럼 돈도 안 들거든"

"꾸부리고 앉아서 머리 아프게 글 쓰는 게 뭐가 좋다고···"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친구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결국 말은 잘 하는 것이 좋지만

듣는 사람이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말의 속 뜻은 헤아리기 나름이다

나를 믿어주고 글쓰기를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어려운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는 나를 안타깝게 지켜 보아주는 친구가 있어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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