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호주전의 충격패, 그리고 일본전의 대패. 가장 중요한 패배의 원인은 역시 투수력 부족입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거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기만 하면 맞아나갔죠. 잘 던져 준 투수들도 분명 있고 이들을 싸잡아 욕할 수는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선수들이 소수에 속해 불을 지른 투수들에 묻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타선도 영 힘을 쓰지 못한 문제가 있고요.
여기에 다른 요인을 추가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뮤니티나 댓글창에, 심지어 언론기사로 지목된 요인도 있었죠. 제가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할게요.
1. 양의지의 리드가 잘못?
양의지의 리드가 볼넷과 실투를 유발했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우선 투수들이 리드에 맞게 던져줬어야 하고 무엇보다 투수의 투구내용은 벤치의 의사와 상관없이 양의지가 단독으로 결정했어야 성립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볼배합을 전적으로 투수에게 맡기는 감독이 과연 한국에 있기나 할 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닐 겁니다. 포수가 양의지라 하더라도 말이죠. 물론 양의지정도 되는 포수라면 본인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의지 개인의 기억력만으로는 전력분석원의 전력분석자료를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최소한 코칭스태프는 그렇게 믿을 거고 아마 볼배합에는 벤치의 입김이 작용했을 겁니다. 애초에 포수의 투수 리드라는 것 자체가 수치상으로 나타낼 수 없는 무언가이고 실제로 중요한 능력이 맞냐에 대한 논란도 많아서 이것 가지고 양의지가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체코전 이전까지 양의지는 2홈런 5타점으로 타선을 멱살잡고 끌고 가고 있습니다.
2. 과도한 훈련 일정이 문제?
훈련 일정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었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뭣 하러 훈련을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냐는 것이었죠. 실제로 유튜브 등지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이 나왔고요.
첫 소집이 애리조나였는데 여기는 원래 따뜻한 곳이라 투수들의 컨디션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 골랐다고 칩시다. 날씨 변수에 의해 훈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도, 기체 결함으로 이동이 지연된 것도 하늘의 뜻이니 이해합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한국으로 가는 일정은 필요했을까요? 시차도 없겠다 그냥 일본에서 훈련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이동 시간도 줄이고 현지 적응할 시간도 많았겠죠.
3. 안우진이 있어야 했다?
경기력으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안우진의 실력이야 더할 나위가 없죠. 실제로 안우진이 있었으면 호주전을 이기든 일본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가져가든 결과가 같았더라도 지금보다 경기력 자체는 좋았을 겁니다. 물론 안우진이 공인구 적응을 못 해서 영점 못 잡고 공을 난사해대는, 신인 시절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대표팀보다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안우진을 선발하지 않은 것이 안우진이 실력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안우진이 뽑히지 않은 건 학교폭력 논란 때문이고 이 논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선발 전 완전히 논란을 불식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안우진을 뽑을 수 없었죠.
추신수 연전연승이요? 누가보면 야구팬들이 추신수의 모든 발언을 부정한 줄 알겠습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 대표팀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