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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Jun 06. 2023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엔딩 보고 쓰는 후기

전작 꼭 해보세요

2023년 5월 12일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발매되었습니다. 예약구매를 통해 발매 당일 11시 40분경 수령해서 플레이했고 대략 70시간 정도 플레이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래 대충 3일차 쯤에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첫 번째 신전을 플레이하고 난 뒤 이건 엔딩 볼 때까지는 후기를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확실하게 좋아진 부분은 스토리와 전투의 다양성입니다. 전작의 스토리는 그저 튜토리얼 끝나면 '가논 잡아줘' 라고 하니까 가논 잡으러 가는 게 끝이었다면 왕눈의 스토리는 젤다와 떨어지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스토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파편화되어 맵에 흩뿌려진 지상화는 전작의 기억과 같은 포지션이지만 이 스토리의 깊이감은 물론 접근성도 좋아졌습니다. 이번 작에서 메인 던전을 담당하는 신전과 그에 관련한 스토리의 연출도 매우 좋아졌고요.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이 정도 볼륨의 스토리는 스카이워드 소드 이후 처음입니다. 전작에서 인기있던 영걸인 미파는 그저 예뻐서 인기가 있는 것이라면 이번 작에서 인기있는 현자인 튤리는 물론 귀엽기도 하지만 연출을 통해 이 캐릭터의 성장 서사와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네요.


전투의 경우도 개선되었습니다. 전작의 경우 몬스터 색깔놀이가 전부라 뭘 해도 전투는 거기서거기였는데 이번 작품은 적들의 종류 자체가 많아지면서 다양성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스크래빌드 시스템은 낮은 등급의 몬스터도 잡을 이유를 제공해주죠. 대신 스크래빌드를 자주 사용하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무기 자체 공격력과 내구도가 많이 낮아진 것은 저한테는 다소 불호였습니다. 플레이스타일의 차이인 것 같네요.


메인 던전인 신전을 보자면 야숨 이전의 작품들에서 봤던 신전들의 생각이 많이 납니다. 특히 신전까지 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던전 수준의 볼륨을 자랑했던 스카이워드 소드의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신전의 퍼즐 자체도 야숨보다는 그 이전 작품들의 느낌이 나고요. 보스도 마찬가지죠. 특히 바람의 신전 프리즈게이라 같은 경우는 과거 작품들 보스의 특징을 충실히 따라가는 보스라 인상깊었습니다. 특징적인 건 신전과 필드가 심리스로 이어져있다는 것인데 신전의 입구에서 따로 어떤 로딩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필드로 나갈 수 있고 다른 신전까지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런 점도 신기했네요.


전작을 했던 입장에서는 전작에서 봤던 인물들과 지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구입했던 집, 내가 지어준 마을, 내가 이어준 커플 등 모두 남아있고 링크를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어있나 보는 건 전작을 플레이해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입니다. 전작을 안 해본 사람들은 이제와서 야숨을 해본들 그 재미를 느낄 수 없겠죠. 야숨에서 하게 되는 퀘스트들이 엄청 재미있는 퀘스트는 아니거든요.


퍼즐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분명 낮이도가 낮아졌다고 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플레이하면서도 어딜 봐서 이게 난이도가 낮아진건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전작인 야숨에 비해 이번 작의 사당이나 신수나 모두 퍼즐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봅니다. 울트라핸드의 조작 난이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의 퍼즐 난이도가 높아진 느낌이에요. 사실 제가 남들과 난이도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른 편이기도 합니다. 저는 볼륨이 작고 라이트하다는 꿈섬이 너무 어려웠고 젤다크소울 소리 듣던 야숨은 모든 젤다 시리즈 중 최하급 난이도를 가지는 게임으로 보고 있거든요. 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불호 요소는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조작의 불편함으로 뭔가 야숨에 비해 무기 및 방패 스왑이 뚝뚝 끊겨서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화살에 스크래빌드를 하거나 소재를 직접 던지려면 일일이 R스틱으로 돌려가면서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드랍하는 아이템의 종류는 너무 많아져서 불편함이 있습니다. 압권은 현자 능력인데 이걸 제때제때 써먹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야숨에서 특정 커맨드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었던 영걸 능력에 비해 이번작에서는 분신에게 상호작용-커맨드 입력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놈의 분신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니 정작 써야 할 때 없는 경우가 많아 귀찮습니다. 직접 분신을 찾아가야 하거나 아이템 파밍한다고 A연타하다가 능력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죠. 패러세일 활공할 때 바로 근처에 있어주는 튤리를 제외하면 제때제때 쓸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나머지 중에서도 시드는 퍼즐 풀이를 제외하고 사용할 일이 있기나 할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지저공간 이동의 불편함입니다. 물론 조나우기어로 이것저것 잘 만들어보면 해결되긴 하지만 지상에서 그냥 떨어지면 되는 공간이 등반해야 하는 공간으로 바뀌다보니 등반을 너무 많이 해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두워서 눈에 보이는 것도 없으니 이걸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올라갈 수 있는 건 맞는지도 긴가민가하면서 올라가게 됩니다. 리발의 용맹이 간절한 순간이 너무 많습니다. 지저 자체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일단 가기만 하면 다양한 지형지물도 있고 각종 건축물도 있어서 또 다른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높은 곳들이 너무 높다는 것은 좀 아쉽네요.


마지막은 전작과 스토리 연결이 애매하다는 건데 야숨의 핵심이었던 시커족 유산들이 그냥 증발했습니다. 가동 중지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없어졌어요. 흔적도 없이 말이죠. 전작에서 시간이 얼마 지났다고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유적 연구를 좋아하던 젤다가 이런 것들을 없애라 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이번 작품으로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작을 해야만 스토리가 이해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이렇게 싹 다 없애는 건 과하지 않나 싶네요.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다른 분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걸 보자면 초반 메인 스토리인데 이게 문제가 뭐냐면 필드 자체는 열려있지만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지 않을 경우 플레이의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 게임을 패러세일 없이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 게임은 패러세일의 존재 자체를 가르쳐주지 않죠. 메인퀘스트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메인 퀘스트를 깨야 하는 어떠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자유도 믿고 아무데나 갔다가 좌절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메인 퀘스트를 따라갈 필요성이 있는 게임이라는 거죠.  와중에도 패러세일 없이 엔딩을 볼 수 있게 설계된 걸 보면 개발진들의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메타 95 오픈 96의 고평가가 이해가 되는 대작이지만 전작을 하지 않고서 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라고 자유도가 적은 것이 아니면서도 나머지 요소들의 난이도가 높아지다 보니 어느 정도 이런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정말 막막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야숨은 이 작품보다 전투와 퍼즐의 난이도가 낮으니 오픈월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 왕눈보다 쉬울 것이고 야숨을 통해 맵 디자인을 대충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맵이 왕눈에서도 쓰이니 전혀 안 좋을 게 없죠. 덤으로 야숨의 데이터에서 마구간의 말을 연동해 데려올 수 있는 등의 소소한 연결점까지. 야숨을 하고 나서 왕눈을 한다면 완벽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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