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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Jul 08. 2024

뭔가 묘하게 아쉬웠던 미스터리 수사단

멤버 바꾼 대탈출이다

어째 저째 미스터리 수사단도 끝까지 봤습니다. 한 편에 40분에서 50분 정도 분량이지만 실제 에피소드는 3편을 합쳐서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만큼 2시간 이상을 온전히 확보해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서 주말에야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대탈출이 없는 동안 즐길 수 있는 예능이어서 좋았지만 그래서 조금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여고추리반 3 리뷰도 안 했는데 일단 이것부터 리뷰하고 가겠습니다. 당연히 이 뒤로는 스포일러가 될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스크롤을 가장 아래로 내려 마지막 문단만 보거나 미스터리 수사단을 끝까지 시청한 뒤 봐주세요.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가 대탈출에서 이름만 바꿔 가져온 느낌이 많이 납니다. XIN을 SSA로, 공간 이동 챔버를 타임머신으로 바꿔 생각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습니다. 실제 설정 자체도 매우 유사하죠. 설정에서 다른 게 있다면 대탈출의 타임머신은 연료도 필요하고 제한시간이 12시간이지만 미스터리 수사단의 공간 이동 챔버는 연료가 필요 없는 대신 제한시간이 6시간이라는 것 대탈출의 탈출러들은 공식적으로 SSA의 요원은 아니지만 미스터리 수사단의 멤버들은 공식적으로 XIN 요원이라는 것 정도인데 대탈출도 탈출러들이 모두 SSA의 비공식 요원이라고 해석할 여지를 제3공업단지 편 시작에서 남겨놓았기에 이것조차 차이점이라고 하기 어렵죠. 그 외에도 악마의 사제 편에 나오는 종교에 관한 설정은 태양여고를 연상시키고 오만가지 주술들은 천해명 세계관을 연상시키죠. 심해 속으로 에피소드에 나오는 괴생명체는 퇴치법이 달라졌을 뿐 좀비 세계관으로 바꿔봐도 무방하고요. 어차피 자기가 만든 세계관이라 상관없으려나. 아무튼


그래서 저는 그냥 이걸 멤버 바꾼 대탈출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겨우 그 정도였다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대탈출 5라고 생각하고 보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퍼즐의 깊이, 난이도 등이 웬만큼 다 알맞게 들어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심해 속으로 편에서 주어졌던 산소 농도 관련 설정은 다소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나타나는 증상들을 다 적어뒀고 실제로도 산소 농도가 그만큼 떨어지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증상 재현하겠다고 산소 농도를 진짜로 떨어뜨렸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어쩔 수 없는 설정오류였는데 그냥 봤습니다.


시즌1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인 만큼 이번에는 시간초과를 제외한 실패 가능성은 크게 상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해 속으로 에피소드에서 크게 나타나는데 여러분들은 UML-02가 달려들 때, 소화기 맞고 도망칠 때의 모습이 멤버들에게 적당히 맞춰주는 것 같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딱 접촉하기 직전에 비상 격벽이 닫히는데 문에 부딪히지도 않고 도망갈 때도 그냥 먼저 물러나주는 느낌을 저는 받았습니다. 대탈출 폐병원 편에서 좀비들이 보여주는 모습과도 같은데 대탈출 시즌1 때까지만 해도 대탈출에서도 실패를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NPC들이 적당히 맞춰주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아마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이것도 대탈출처럼 요원들의 임무 실패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괴생명체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해서 실제 중도 탈락자가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몰입이 확 되겠죠.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이상 중도 탈락은 곧 하차를 의미하겠지만 몰입감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희생해야죠.


확실하게 아쉬웠다고 볼 수 있는 점은 에피소드의 끝맺음입니다. 임무 완수하고 챔버에 들어가자마자 다음 에피소드 예고가 떴죠. 대탈출 5라고 생각하고 봤다면 너무 급하게 끝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대탈출에서는 마지막 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다 같이 모여 성공을 외치는 장면이 항상 나왔는데 그런 게 없으니 대비가 심하죠.


에피소드가 너무 적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크라임씬 리턴즈와도 공유하는 단점인데 에피소드가 너무 적다 보니 멤버들 간의 케미에서 볼 수 있는 재미가 많지 않습니다. 친해지기 전에 프로그램이 끝나버리니 친해지고 나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어려운 거죠. 꼭 그게 아니더라도 '벌써 끝이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충분하고요.


스케일이 커졌다는 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스케일은 대탈출도 충분히 컸죠. 오히려 대탈출이 더 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트의 퀄리티도 마찬가지고요. 이미 대탈출에서 보여줄 거 다 보여줬잖아요. 딱 그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비난도 아니잖아요. 대탈출의 세트 퀄리티를 생각해 보세요. 그 정도 퀄리티를 보여준 거면 대탈출 수준이었다는 건 칭찬입니다.


그거 말고도 보면 넷플릭스여서일까요. 대탈출에서 보여줬던 예능을 위한 장면이 안 보였습니다. '절대 열지 마시오' 같은 것도 없고 누가 봐도 예능적 설정인 리코더로 순정 불어서 좀비 무력화시키는 등의 설정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분위기에서 흘러갑니다. 이은지가 물을 맞긴 했지만 이건 PD 오피셜로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특유의 무슨 말을 하는지만 보여주는 자막도 예능적인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하죠. 이건 넷플릭스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네요.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음시즌이 기대되는 것도 맞습니다. 더 대탈출다워질지 대탈출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퀄리티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종연이잖아요. 기대해도 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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