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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큐빙 라이선스? 이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물질적인 무언가가 주는 성취감

by 라이벌 큐버

2025년 5월 10일 파주에서 열리는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최대 행사 파주 슈필에서 스피드큐빙 라이선스가 첫 선을 보입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가 간큐브 브랜드스토어를 론칭하면서 예고되었던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죠. 이것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3x3x3 큐브 실력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한 선수들은 고유의 QR코드와 실력에 따른 실물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QR코드에는 선수의 이름과 기록, 기록을 달성한 행사 등의 정보가 기록되며 QR코드를 인식하게 되면 바로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랭킹시스템이 아닌 본인의 기록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이름에 라이선스가 붙어있지만 자격증의 개념은 아닙니다. 애초에 이런 분야는 자격증 보유자의 전문성이 형편없거나 비자격자의 전문성이 탑클래스인 경우가 수두룩하죠.


등급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집니다.

Rookie : 옅은 회색, 싱글 5분 미만

Intermediate : 노란색, 싱글 2분 미만

Advanced : 남색, 은색 로고, 5회 절단평균(최고, 최저 기록을 제외한 3번의 시도 평균) 1분 미만

Expert : 빨간색, 홀로그램 로고, 5회 절단평균 30초 미만

Master : 검은색, 홀로그램 로고, 5회 절단평균 15초 미만


간15 뉴 블랙 입고기념 쇼핑라이브에서 공개되었던 Beginner 등급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라이선스를 발급받기 위해 기록을 측정하는 것은 싱글 기록은 5000원, 평균 기록은 10000원의 참가비가 필요하며 카드 발급비는 5000원입니다. 카드를 한 번 받고 나면 그 이후에 추가로 기록을 재고 카드를 발급받는 비용은 면제가 됩니다. 물론 분실 등의 이유로 단순 재발급을 받거나 Intermediate에서 Advanced로 올라가는 등에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라이선스 발급에 사용할 수 있는 큐브는 간큐브, 넥스큐브, 루빅스큐브로 제한되며 현재까지는 33만 라이선스가 발급되고 있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주장하는 거 말고 제가 생각하는 이 시스템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대회는 한 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죠. 하지만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그런 제한이 따로 없기 때문에 등급 커트라인에 애매하게 걸치는 기록을 받을 경우 더 높은 등급에 도전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2. 순위를 가리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큐버들은 사실 순위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입상할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고 내가 그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기록이 안 나오면 아쉬워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큐브라는 취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죠. 기록을 망쳐도 다음 날에 다시 큐브를 잡고 섞고 맞추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는 큐브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남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다가 더 큰 세계에 들어갔더니 내가 잘하기는커녕 못하는 편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을 때 감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큐브는 특히 그것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게 큐브는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어리면 어릴수록 큐브를 맞출 줄 아는 것만으로 반에서 큐브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고 주변에서 칭찬도 엄청 많이 해 주거든요. 그러면 큐브를 맞출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위치와 본인이 생각하는 나의 실력 사이의 괴리가 심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더 크게 동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대회는 기록으로 줄을 세워서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죠. 이것 때문에 저는 아이가 순위에 조금 집착하는 경향이 있을 경우 대회 참가를 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기록을 측정할 때 볼 수야 있겠지만 랭킹은 매기지는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실력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남들 기록에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죠.


3. 그렇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습니다.

사실 빈도로만 놓고 보면 WCA 공인대회가 훨씬 많이 열릴 겁니다. 하지만 대회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그렇게 신청해도 수도권 대회는 순서에서 밀려 참가를 못할 가능성도 높고 가격도 조금은 비쌉니다. (물론 다른 선진국 대회들과 비교하면 2025년 들어서 높아진 참가비조차 저렴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행사에 참가하기만 하면 15000원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참가 제한도 여유롭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접근하기 좋습니다.


4. 성취감이 높습니다.

물론 이런 게 없어도 특정 기록을 넘어갔을 때 성취감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본인이 직접 그 무형의 기준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죠.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그 기준을 별도로 제공하고 기준을 통과하였을 때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의 도전의식을 고취시킵니다. 내가 만든 무형의 기준은 사실 초보자들에게 이걸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쉽지 않지만 그 기준을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면 도전의식이 생기기는 훨씬 쉽습니다.


5. 사람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습니다.

아마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을 텐데 간큐브가 그 특유의 이름값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저처럼 솔빙용으로 쓸 만한 간큐브 33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라이선스 얻겠다고 큐브를 새로 사는 건 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그러면 큐브를 빌려야 할 텐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큐브를 빌리기는 좀 어려우니 어느 정도 큐브 인맥을 쌓게 될 수 있습니다. 미리 사람들을 좀 만나면서 큐브를 빌릴 수 있는 사람을 알아두거나 라이선스를 따러 가서 사람을 사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단점은


1. 있을 법한 등급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등급인 Master 기준이 15초죠. 저도 여기에 들어가는데 평균 15초 미만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WCA 공인기록 기준으로 한국에만 700명이 넘게 있습니다. 과거에 기록을 세워두고 지금은 큐브를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당장 Master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500명은 그냥 넘어갈 텐데 최고등급의 희소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Expert와 Master 사이의 간격도 너무 넓다는 느낌이 납니다. 20초와 15초도 분명한 실력차이가 난다고 하는 판국에 29초와 16초를 같은 등급으로 묶는 현 체제는 국내 스피드큐빙 커뮤니티의 일반적인 생각을 다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등급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코리아보드게임즈 측에서 생각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결국 비공인입니다.

같은 등급에서도 서로 간의 실력은 확실히 차이 납니다. 특히 15초 미만이 다 같은 등급으로 취급되는 Master 등급에서는 결국 실력의 차이는 WCA 공인 기록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스피드큐빙 라이선스가 의미를 잃게 되는 거죠. 평균 15초만 넘어가고 나면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는 더 이상의 목표를 제공하지 못하는데 현재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국내에만 적게 잡아도 500명은 넘을 것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습니다. 물론 코리아보드게임즈 입장에서는 발급비로 이미 받을 돈은 다 받았고 이 사람들은 그런 거 없이도 계속 큐브 할 사람들이라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사용 브랜드가 제한되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생깁니다.

위에서는 장점인 것처럼 써 뒀지만 사실 단점입니다. 간큐브, 넥스큐브, 루빅스큐브 중 가지고 있는 큐브가 없다면 라이선스를 딸 수 없습니다. 다 돈 벌자고 하는 거라 자사에서 취급하는 제품만 사용 가능하게 하는 것을 뭐라 하기도 이상하긴 합니다만 추가지출을 유도하는 상술임에는 변함이 없죠.


개인적인 생각으로 등급을 재정비해보면

Expert와 Master 사이에 새로운 등급을 만들고

Master 이상의 새로운 등급, 예를 들면 Grand Master 같은 등급을 추가하면 현재 한국의 스피드큐빙 커뮤니티에서도 인정받는 등급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Rookie : 싱글 5분 미만

Intermediate : 싱글 2분 미만

Advanced : 1분 미만

Expert : 5회 절단평균 30초 미만

새로운 등급 : 5회 절단평균 20초 미만

Master : 5회 절단평균 15초 미만

Grand Master : 5회 절단평균 10초 미만


이런 식으로요. 뭐... 다 생각이 있으셨겠죠. 그러니까 이렇게 했겠죠. 그래도 저는 기회만 된다면 이 라이선스를 받을 겁니다. 바로 마스터받고 시작하는 거죠. 파주까지는 못 가겠는데 나중에 대구에 오시면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제 15000원, 여기에 깔끔하게 쓰겠습니다. 문제는 제가 간큐브가 없다는 건데... 메이룽M과 넥스큐브의 내부구조가 동일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로고를 제거한 뒤 넥스큐브라고 우겨볼까 싶네요. 안 되면 빌리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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