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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사태. 아이돌 팬덤은 아직 덜 성숙했나

민폐 짓 안 할 때도 안 됐나?

by 라이벌 큐버

아이돌 팬덤에 대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돌 산업과 프로스포츠 산업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돌 덕질 문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바람에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야구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야구팬들은 그 사이에 껴서 등 터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월 6일 잠실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보이즈 2 플래닛 홍보차 노스타로 탈락하지 않은 생존자 80명이 잠실에서 클리닝타임에 공연을 했는데 일부 무개념 팬들이 매우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단순히 대포카메라로 시야를 방해하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경기장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타 관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밀치면서 퇴장하고 쓰레기는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안전요원 말은 가볍게 씹어버리고 뭐 야구장 전세라도 낸 것 마냥 행동했습니다. 일부 팬이라고는 했지만 그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모릅니다.


저는 이걸 보자마자 저 사람들이 다 한국 사람일까?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빠돌이 빠순이들의 사건사고를 수십 년간 겪으면서 팬들의 과격한 행동이 아이돌의 이미지 손상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상식선에서 덕질을 하고 상식선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하지만 해외는 아직 그런 걸 많이 안 겪어봐서 아직도 그런 문제가 생기니 해외 팬들이 이거 보겠다고 서울까지 와서 저런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거 하나 때문에 한국까지 오겠냐 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정도 열정은 있어야 저런 문제 행동도 하죠. 하지만 모르는 겁니다. 전부 다 한국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더욱더 문제가 되겠죠. 아직도 저런 행동이 아이돌의 이미지 추락을 야기한다는 걸 모르는 미성숙한 팬덤이라면 질타를 받아야죠. 근데 뭐 질타를 한들 달라지겠습니까. 팬덤 내부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하더라도 무시할 인간들인데요.


보이그룹, 정확히는 아직 데뷔를 안 했으니 남자 연습생들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런 쪽에서 팬덤의 행동력은 남자 팬덤보다 여자 팬덤이 훨씬 강합니다. 걸그룹은 물론 여자 팬도 많지만 남자 팬들의 비율도 상당해서 행동력 자체도 더 약할뿐더러 원래부터 스포츠를 좋아하던 코어팬의 비율도 높을 테니 저런 짓을 알아서 안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4세대 이후의 보이그룹은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남자 팬들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정도로 남자 팬 비율이 적어서 행동력은 강한데 저런 민폐 행동을 제어해 줄 만한 사람도 적습니다.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아이돌 팬들이 다 저런 건 아닙니다. 아이돌 보겠다고 야구에 관심도 없는데 티켓 끊어서 야구장 들어올 정도로 아이돌에 열정적인 사람은 적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저런 걸 보면서 답답함도 느낄 거고 화도 낼 겁니다. 동조하는 여론은 크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아이돌을 좋아하긴 해도(특히 보이그룹은 관심이 거의 없음) 팬 커뮤니티 활동은 안 해서 잘은 모르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팬덤이라면 무조건적인 옹호는 지양해야겠죠.


정상적인 사람들은 뉴스에 안 나옵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는 거죠. 당연히 비정상적인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하지만 뉴스에 비정상적인 사람만 나오다 보니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특정 집단 전체가 비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팬덤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누군가 때문에 팬덤 내부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아이돌 팬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상 집단으로 보이지 않도록 내부에서 많은 노력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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