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D 이론으로 풀어본 큐브 후반망의 이유
야구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들어맞는 이론을 꼽자면, 많은 야구팬들은 흔히 DTD 이론을 떠올립니다. DTD는 Down Team is Down의 약자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과학 이론도 아니고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문장은 오랫동안 살아남았습니다. 아마도 너무 직관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 단순한 문장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DTD가 더 이상 농담거리 정도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옵니다. 이 글은 야구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큐브 기록, 그중에서도 후반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DTD의 원문은 지금의 표현보다 훨씬 담담했습니다.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
이 말은 2005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이던 김재박 전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남긴 발언입니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었지만, 이상하게도 2005년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김재박 감독의 발언은 “5월이 되면 내려갈 팀이 나오고, 그때 우리가 치고 올라가면 된다”는 의미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팀’에 쏠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순위가 내려갔고, 최종 5위로 시즌을 마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발언은 점점 단순화되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즉 DTD라는 말로 굳어지게 됩니다.
DTD가 생기는 이유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팀의 뎁스, 즉 선수층입니다. 선수층이 얇은 팀은 초반 승리를 위해 필승조를 과도하게 투입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시즌 초반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저하와 함께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나가던 팀이, 사실은 긴 시즌을 버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셈입니다.
이 이야기를 큐브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큐브에서 말하는 후반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팀의 뎁스는 큐버가 익혀둔 공식과 스킬의 폭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운이 좋을 수 있습니다. 익숙한 F2L 기본형이 연속으로 나오거나, OLL이나 PLL 스킵이 자주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자신이 약한 상황, 잘 모르는 패턴이 등장합니다. 그때 이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기록은 점점 느려지고, 평균은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에 집중력 저하나 체력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판단과 핑거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그것을 후반망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후반망을 막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고성능 큐브를 사용하는 것, 상황판단을 더 빠르게 하는 것, 핑거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이지, 후반망을 막아주는 장치는 아닙니다. 후반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공식과 상황 대응 능력을 늘리는 것입니다.
다양한 패턴을 알고
낯선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준비운이 나쁠 때도 버틸 수 있는 실력
이것이 큐브에서의 뎁스이고, DTD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큐브는 결코 공식을 많이 외운다고 해서 잘 풀 수 있는 퍼즐이 아닙니다. 공식 암기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되지는 않습니다. 인식의 속도, 움직임의 효율, 불필요한 회전을 줄이는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각 상황을 어떻게 연결해서 풀어갈지에 대한 이해가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 공식을 언급한 이유는,
‘공식이 많을수록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식이 부족하면 특정 상황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초반의 성과는 언젠가 후반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야구든, 큐브든, 혹은 다른 어떤 일이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가고, 내려갈 기록도 내려갑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준비의 깊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