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F2L과 오픈월드 게임이 닮아 있는 지점에 대하여
역사상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야숨)>가 게임계에 던진 가장 큰 충격은 ‘자유도’였습니다. 이 게임은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만 던져줄 뿐, 산을 넘을지, 강을 건널지, 아니면 기상천외한 도구를 이용해 날아갈지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정답’이 되는 세계입니다.
이 흥미로운 시스템은 스피드솔빙에서 아주 중요한 단계로 여겨지는 F2L(First Two Layers) 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야숨에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카카리코 마을에서 스토리 듣고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서 사진기를 얻는 그 과정), 그것이 반드시 가장 빠르거나 효율적인 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석으로 보이는 루트를 벗어났을 때 더 효율적인 루트를 발견하기도 하고, 시간은 더 걸릴지언정 가이드라인만 따라가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정보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이 자유도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사고방식을 시험하는 구조입니다.
F2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가이드라인처럼 존재하는 41개의 기본 공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솔빙에서는 이 41개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합니다. 공식에만 갇혀 있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나만의 루트’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흔히 F2L은 암기가 아니라 ‘이해’라고 말합니다. 가이드 없이 스스로 큐브의 움직임을 이해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속도가 훨씬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찾아낸 솔루션이 기존 공식보다 덜 효율적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없이 무작정 큐브를 돌리다가 얻어걸린 게 아니라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야숨에서 맵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얻은 경험이 나중의 고난도 시련을 이겨낼 밑거름이 되듯, 큐브를 스스로 뜯어보며 얻은 이해력은 훗날 더 고차원적인 공식과 효율적인 솔루션을 체득하기 위한 단단한 기초가 됩니다.
야숨이 위대한 이유는 플레이어에게 “당신의 방식이 맞다”고 끊임없이 격려하기 때문입니다. 큐브도 마찬가지입니다. 41개의 공식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큐브라는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만의 효율적인 길을 찾아내는 순간, 큐브는 단순한 퍼즐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오픈월드 탐험이 됩니다.
전자기기와 공식집을 잠시 내려놓고, 큐브 하나만 들고 본인만의 F2L을 찾아보신 적이 있나요? 어쩌면 당신이 우연히 찾아낸 그 비효율적인 길이, 가장 강력한 솔버가 되기 위한 진정한 모험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큐브와 야숨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야숨은 느릿한 산책조차 하나의 플레이 방식이 될 수 있지만, 큐브는 결국 스피드큐빙이라는 기록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 단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마주하게 됩니다. 따라서 41개의 표준 공식을 습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반쯤 필수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세계 신기록에 도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공식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이해 없는 암기만으로 41개를 외운 사람은 공식에서 조금만 벗어난 상황이 오면 길을 잃습니다. 반면, 야숨의 들판을 누비듯 F2L의 원리를 스스로 체득해본 사람은 표준 공식이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 그 본질을 꿰뚫어 봅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람은 공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단계를 넘어, 상황에 맞춰 공식을 줄이거나 변형하고 다음 상황을 예상해서 사용하는 공식을 바꾸는 최적화의 감각을 갖게 됩니다.
결국 가이드라인을 외우는 것은 목적지가 아닌 기본 스탯을 쌓는 과정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비효율이라 부르며 지나쳤던 그 경로가, 가장 뛰어난 큐버로 가는 진짜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