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큐브매니아에 과외 강사 프로필을 올려두고 간간이 과외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중 2023년 2월부터 시작된 이 과외는 지금까지 해온 것들 중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의미 있게 이어진 경우입니다.
한 남매가 엄마와 같이 왔습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그해 중학교에 입학한 오빠, 둘이 함께였습니다. 둘 다 큐브를 맞출 줄 알고 본인이 쓰는 공식도 나름 익숙하게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쓰는 공식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두 명을 동시에 가르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한두 번 하다 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중학교 입학 직후라 일정 맞추기 어려웠던 3월 첫째 주를 빼면 매주 빠지지 않고 과외가 진행됐습니다. 3월 첫째 주에는 저도 사정이 있었습니다. 기흉으로 입원해 있던 때였거든요. 그 주를 빼면 매주 과외를 했던 거죠.
그러던 중 대구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아이들을 대회에 데려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과외를 하면서 대회에 참가시키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정보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참가 절차부터 필요한 준비까지 제가 챙겼습니다. 참가 신청이 끝난 뒤에는 큐브부터 바꿨습니다. 규정에 맞지 않는 큐브도 있었고 대회용으로 쓰기엔 성능이 부족한 것도 있었으니까요. 새 큐브를 고르고 주문까지 도와줬습니다. 아이들은 만족해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중급 해법과 고급 해법 일부를 가르치고 어느 정도 적응시킨 뒤 4월 15일 대회 당일이 됐습니다. 첫 대회인 만큼 큐브 제출과 대기석 안내까지 직접 챙겼습니다. 그 다음은 러너와 심판들의 몫이었고요.
아이들 기록은 직전 주에 만났을 때보다 모두 잘 나왔습니다. 러너를 하느라 제대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2 나왔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꼴등이 아닐까 내심 걱정했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대회든 훨씬 못하는 참가자들은 항상 있다는 걸요.
주 1회 90분짜리 과외였습니다. 작은 돈이었지만 보람도 있었고, 대회 이후에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이 아이들과의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