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고찰]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다

바쁜 아이들과 ‘버티는 취미’ 큐브에 대하여

by 라이벌 큐버

지난 과외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아이들이 공식을 제대로 외워오지 않거나 기록 단축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때,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정말 좋아한다면 틈틈이 만져보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 섞인 원망이었죠. 물론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순히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다.' 라는 문장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배경이 숨겨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하루 중에 정말 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고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아이는 40분, 한 아이는 2시간. 초등학생의 여가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시간입니다. 2시간이 남는다던 그 아이는 2시간 남는 게 되게 많이 남는 것 처럼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요즘 아이들에게 '취미'란 어쩌면 사치이자 또 하나의 '인지 노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큐브라는 취미 자체가 가진 한계도 분명합니다. 축구나 피아노처럼 명문화된 교육 인프라가 탄탄한 것도 아니고, 방과 후 수업의 질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원처럼 친구들과 북적이며 경쟁하는 재미라도 있다면 모를까, 큐브는 결국 스스로 공식을 파고들어야 하는 고독한 싸움입니다. 친구와 큐브를 하는 게 아니라 큐브 하는 친구를 만나야 하는 취미인 거죠. 안 그래도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같이 즐길 친구도 없고 전문적인 시스템도 부족한 큐브는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밀려날 수밖에 없는 존재였던 셈입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기록 단축을 목표로 고급 해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과연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저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가르치러 가서, 본의 아니게 '부담'을 얹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이 많아집니다. 만약 부모님이 아이가 큐브를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걸 알았다면 과외 문의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요구받은 건 대개 기록 단축을 위한 중급, 고급 해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큐브를 ‘가볍게’ 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루에 겨우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쥐고 있는 아이에게, 그 시간마저 ‘기록 단축’이라는 목표로 채우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큐브는 기록을 줄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더 빠른 해법일까요, 아니면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이유일까요. 아직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들의 ‘의지’를 탓하기 전에, 그 의지가 얼마나 쉽게 닳아버리는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큐브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공식이 아니라 조금 더 가벼운 즐거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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